한 해에도 여럿의 신스틸러들이 태어나고 사라진다. 조우진도 처음엔 그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영화 '내부자들'에서 OCN '38사기동대' tvN '도깨비'에 이르기까지, 조우진은 이제 조우진만의 영역을 개척했다.
특히 그간 주로 강렬한 인상의 악역을 맡아왔던 그는 '도깨비'로 공유(김신)를 돕고 유덕화(육성재)를 보좌하는 김비서 역을 통해 악인의 이미지를 벗었다. 악인 이미지가 강한 나머지 처음에는 비밀스런 전생을 간직한 악역으로도 의심받았다. 그리고 시청자의 의심을 스스로 풀어나가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최근 출연한 모든 작품을 흥행시킨 조우진은 2017년엔 1년 내내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더 킹'으로, 이후 '리얼' '원라인' '보안관' 'V.I.P.' '남한산성' '강철비'까지 이미 촬영을 끝냈거나 촬영이 시작될 작품이 셀 수 없이 많다. 조우진이 이젠 없어서는 안 될 배우라는 사실의 방증이다.
'도깨비'를 끝내고 20.5%(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라는 시청률에 놀란 마음을 채 쓸어내리지도 못한 조우진을 만났다. 실제로 만난 그는 '내부자들'의 조상무도 '도깨비'의 김비서도 아니었다. 자신의 연기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배우 조우진이 있었다.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사실 연기 변신을 하겠다는 것은 계산하지도 않았다. '변신을 시도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그런 시간에 다음 작품 인물에 집중하는게 좋지 않나 싶었다. 기존 비서 역할에서 변화를 준 건 맞다. 일반적은 비서 역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어설프기도 하고, 비어있는 듯한 인물들이다. 작품 외적으로는 감초역할이고. '도깨비' 김비서는 보통 비서는 아닐 거 같았다. 조금 더 완벽하고, 업무 처리 능력도 뛰어나고, 예의도 바르고, 이와중에 할 이야기도 다 하고. 외적으로 봤을 때도 기존 입었던 정장 슈트보다는 세련되고 멋도 좀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온 모습이 지금의 김비서다."
-내부자들 '여 썰고'에 이어 '네~에' 같은 유행어가 생겼다.
"처음에 김고은 씨와 차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네에~'를 두 가지 버전으로 연기했다. 하나는 정말 영혼 없이 대답하는 것과, 하나는 방송분에 나온 그 말투다. 김고은 씨도 방송분에 나온 그 버전이 좋다더라. 김비서 말투는 한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님의 말투를 따라한 거다. 그 분이 김비서 캐릭터와 흡사하다. 똑 부러지게 일을 처리한다든가 예의를 갖춰서 상대를 대하고 부드럽게 말씀을 하신다. 그와중에도 훈계 조언을 똑부러지게 하는 스타일이다."
-김비서가 아이돌 댄스를 보여주는 영상은 '짤'이 돼 SNS에 퍼졌다.
"그 장면을 위해 3~4일 춤 연습을 했다. 대본에 나와 있는 한소절을 위해 포인트가 되는 안무 동작들을 연습했다. 짧은 시간안에 엑소 춤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딱 포인트 안무만 연습했다. 그리고 그 춤에 아재들의 흥을 넣었다. 난 사실 그런 춤을 추는 스타일은 아니다. 노래방 가도 혼자 슬픈 노래만 많이 부른다.(웃음) 촬영 당시 '컷'하고 나서 굉장히 조용했다. 혼자 민망했다.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에 혼자 이상한 소리도 내고 그랬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허술하다. 칠칠맞기도 하다. 뭘 놓고 다니는 성격이다. 20대 초중반까지도 예민하고 내성적이었다. 사교성도 떨어지고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혼자 영화 보는 것도 밥 먹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데 작품할 때는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 그런 이미지다보니 스태프분들이 나에게 함부로 이야기를 못하시더라. 지금은 사람 만날 때도 그렇고 현장에 있을 때도 분위기를 유하게 풀고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