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29)은 지난해 LG 마운드가 발견한 '보물'이다. 그는 스프링캠프 출발일에 한껏 높아진 위상을 만끽했다.
지난해 가을을 뜨겁게 달군 LG가 2017년 첫 발을 내디뎠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 장소 미국 애리조나로 떠났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미국에서만 훈련을 치른다. 이동으로 낭비하는 시간과 피로를 없앴다. 양상문 LG 감독은 "비활동기간 동안 선수들의 준비 상태를 보겠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으로 만들겠다"고 큰 그림을 설명했다.
출국을 준비하는 LG 선수단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전년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긴 팀다웠다. 특히 활약한 선수들은 팬은 물론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년 사이 격세지감을 절감한 선수는 투수 김지용이다. 패전조로 시작해 필승조로 자리한 그는 지난해 LG가 발굴한 '새 얼굴' 중 한 명이다. 양상문 감독은 "마무리투수 임정우와 셋업맨 김지용이 지난해만큼 잘 해주는 게 관건이다"며 그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지용은 이번이 두 번째 스프링캠프다.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이런 관심이 얼떨떨하다"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취재진)앞에 서보지도 못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이제 주목받는 투수다.
높아진 위상을 만끽하는 건 공항에서 끝낸다. 김지용은 다가올 시즌 목표로 "1, 2군을 오가지 않고 LG 트윈스 투수의 일원으로 확고하게 자리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해 성과는 잊는다. 부담도 덜어낸다. 그저 '하던 대로'를 강조했다. 슬라이더에 떨어지는 공(스플리터)를 추가해 타자 공략 방법을 늘린다. 마무리캠프를 가지 않고 충분히 쉰 덕분에 "컨디션은 매우 좋다"고 웃기도 했다. 그는 "임정우는 국가대표가 아닌가. 나는 아직 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새 출발 각오를 전했다.
현재 LG 불펜진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봉중근, 이동현 등 베테랑이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재도약 가능성을 보여줬고, 불펜 좌완 에이스로 거듭난 진해수도 자신의 투구 밸런스를 잡은 모습이다. 마무리투수 첫 해 구원 부문 2위에 오른 임정우는 대표팀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다. 김지용이 지난해 같은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가장 중요한 퍼즐까지 맞춰진다. 그는 종종 "2군 생활은 오래 했다. 그동안 배운 것도 많았다"고 했다. 신인 투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담담하게 새 출발을 하는 모습에서 안정감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