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이 약 2년 간의 오랜 장고 끝에 2월 22일 개봉한다. 개봉일만 수 차례 바뀌고 또 바뀌었다. 장르는 국내 최초 SF 스릴러로 분류된다. 한국판 '인셉션'을 표방하지만 아직은 분위기가 미비하다.
영화를 이끄는 고수·설경구의 스크린 성적은 몇 년간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박유천의 공식적인 첫 복귀작이기도 하다. 특별출연이지만 존재감은 주연들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지켜봐야 안다.
2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루시드 드림'은 아이를 납치당한 아버지가 꿈 속에서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범죄의 단서를 찾아나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최초 스스로 자각한 채 꿈을 꾸는 현상인 자각몽과,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는 공유몽을 소재로 했다. 신선하거나 낯설거나, 독특하거나 어색하거나 극과 극의 반응을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계가 '루시드 드림'을 주목하는 이유는 사실 기대치가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수·설경구라는 조합도 조합이지만 대체 왜 개봉까지 그토록 오랜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는지, 그렇게 만들어낸 영화가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지 어디 한 번 두고보자는 마음이 더 크다.
'루시드 드림'은 꿈 속 장면을 영화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긴 후반작업은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때문에 결국 CG의 완성도가 영화의 흥망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보고회 전 날 진행된 기술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미리 접한 관계자들은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괜찮게 나와 놀랐다. 특별한 재미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아무래도 증명되지 않은 신인 감독이기 때문에 불안한 것도 맞다. 이번 작품으로 장편 상업영화 데뷔 신고식을 치르는 김준성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루시드 드림을 실제로 경험했다며 열변을 통하는가 하면, 자각몽과 공유몽을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만든 목적, 의도,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서 만큼은 원로 감독들 못지 않은 청산유수 입담을 뽐냈다. 영화가 산으로 가지는 않았겠다는 확신이 드는 대목이다. 설경구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만약 나이 드신 감독님이 이 영화로 입봉했으면 안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근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해 출연하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보고회가 끝난 후 궁금증의 우선순위는 뒤바꼈다. 완성도보다 박유천의 캐릭터와 분량, 그리고 존재감이다. 박유천은 '루시드 드림'에서 디스맨으로 등장, 특별출연에 가까운 비중이지만 영화에서 절대 편집될 수 없는 중요한 역할로 주인공 못지 않은 존재감을 뽐낼 것으로 엿보인다.
포스터와 예고편, 그리고 해외 프로모션 영상까지 제작보고회에 박유천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꼭 박유천이 주인공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목소리와 비주얼은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이쯤되면 오히려 야무지게 이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따라 질문도 당연히 나왔다. "박유천의 비중이 생각보다 큰 것 같은데 편집에 고민은 없었는지, 개봉이 꽤 오랫동안 지연 됐는데 그의 사적인 문제가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김준성 감독은 "개봉이 오래 걸린 이유는 역시 후반작업 때문이다. CG작업이 상당기간 소요됐고, CG가 밀리면서 음향 등 다른 작업 스케줄도 조절이 필요했다. 배급사에서 가장 좋은 개봉시기를 기다리고 고민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고 말했다.
또 "디스맨 박유천은 사실상 '루시드 드림'의 히든카드다. 때문에 애초 기획했던 시나리오대로 갈 수 밖에 없었고 가는 것이 맞았다. 특별한 편집없이 정해진 분량을 영화에 그대로 넣었다"고 덧붙였다.
'루시드 드림'은 1월 개봉이 무산된 후 3~4월 개봉을 예정하고 있던 상황에서 2월로 개봉을 조금 앞당겼다. 갑작스럽게 정해진 만큼 홍보를 할 수 있는 기간도 많지 않다. 2월 2일 제작보고회에 한 달 텀도 두지 않고 22일 곧바로 개봉한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결국 '루시드 드림' 팀이 결정한 행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신비주의느낌으로 오히려 관객들의 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영화 속 반전과도 꽤 절묘하게 맞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루시드 드림'이 국내 최초 SF스릴러 장르 개척영화로 각광받을 수 있을지 여러모로 영화계 안 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