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근 전북 현대 단장의 사임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4일, 전북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침통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10년 만에 달성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2017시즌 전북의 ACL 참가를 둘러싸고 AFC가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더니 기어코 출전권 박탈이라는 징계를 내렸고, 전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한 전북은 결과가 나오는 지난 3일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나 CAS는 전북의 항소를 기각했고, 다음날 이 단장이 구단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 본사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 이철근 단장 사의에도 싸늘한 팬심
전북 관계자는 "상황이 그렇게 된 것 같다. 단장님은 항소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미 사의를 표명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터진 심판 매수 사건과 그에 따른 ACL 출전권 박탈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 내리신 결정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스카우트 C씨의 심판 매수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5월 말, ACL 16강전이 끝난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구단의 책임자로서 적절한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질 각오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단장의 사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돌아선 팬들의 마음은 여전히 차갑게 식은 지 오래다. 한마디로 '너무 늦었다'는 얘기다. CAS 항소 기각을 두고 '국제적 망신'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은 소송'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데서 팬심을 엿볼 수 있다. 또 CAS 항소가 기각된 뒤 이 단장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리그보다 ACL이 더 중요해서 버텼던 것'"이라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이 단장은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고 떠나겠다. 그래서 3일 사의를 표했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팬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 전훈 종료 앞두고 우울한 전북
항소 기각, 그리고 12년을 함께 해 온 이 단장의 사임이 겹친 전북 선수단은 한없이 우울한 주말을 보냈다.
선수들은 담담한 모습으로 훈련과 연습경기를 치렀지만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비보가 연달아 날아든 이날은 하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전지훈련 종료를 앞둔 마지막 주말이었다. 귀국을 앞둔 선수단의 분위기는 한층 더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2005년 감독 부임 이후 줄곧 이 단장과 함께 선수단을 꾸려온 최강희(58) 감독도 "미운 정이 많이 들었는데 2~3일간 슬프고 또 허탈했다"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북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치른 4차례 연습경기 중 3경기서 패했다. FC 아스타나(카자흐스탄)에 0-3으로 완패했고,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1-3으로 패했다. 브뢴비 IF(덴마크)전 역시 2-4로 졌다. 그나마 귀국 직전 마지막 경기였던 코펜하겐(덴마크)전에서 이동국(38)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둔 것이 위안이었다.
물론 2016 ACL 결승,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일정 소화 등으로 예년보다 늦게 전지훈련에 나선 데다 조직력을 가다듬기 어려운 상황에서 치른 연습경기인 만큼 결과에 큰 의미는 없다.
6일 귀국하는 전북은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이후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훈련을 재개하고 오는 20일부터는 전남 목포 인근 훈련장에서 2차 국내 전지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