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등 롯데백화점이 해외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업계 최초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데 성공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매 분기 수백억 원대의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역시 국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주무대인 중국 시장에서의 전망마저 어두운 상황이다. 이에 일부 해외 사업 매각 또는 철수 등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년째 내리막길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월 현재 중국 5개, 베트남 2개,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에 각 1개 등 총 9개의 해외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점 오픈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후 2013년 웨이하이점·청두점 오픈을 비롯해 2014년 선양점을 열며 중국 시장 중심의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201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롯데쇼핑 에비뉴점을 연 데 이어 2014년에는 베트남 하노이에도 점포를 열었다.
올해도 오는 3월 중국 상해 '타이푸광장' 쇼핑몰 운영 사업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총 4개의 쇼핑몰 운영을 맡을 계획이다.
문제는 커지는 몸집에 비해 속은 부실하다는 점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의 해외 사업 총 매출은 2011년 90억원에서 2013년 580억원, 2015년 1270억원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 적자가 200억원, 850억원, 1050억원 순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작년 역시 3분기까지 총 64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4분기 추정치(-270억원)까지 합치면 지난해에도 약 910억원의 영업 적자를 본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부진에 2018년까지 중국에서만 모두 20여 개의 백화점을 열겠다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공략은 공수표가 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신 회장이 2014년 흑자전환을 자신했던 러시아 모스크바 1호점은 아직도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단기간에 이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현재 영업이익이 적자이나 운영 효율 개선으로 계속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가시밭길
올해 전망도 어둡다. 중국·러시아 등 주요 시장의 소비 심리가 침체된 가운데 현지 업체와의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그룹이 경북 성주에 위치한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을 국방부에 사드 부지로 제공함에 따라 롯데백화점의 해외 사업 주무대인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는 국방부와 롯데가 사드 부지와 관련해 합의한 직후 중국 내 롯데백화점을 포함한 계열사 150여 개 전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위생 점검 등을 실시했다. 정기점검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사드 배치에 도움을 준 롯데그룹에 대한 보복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다수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불시 소방점검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서 당혹스럽다"며 "랴오닝성 선양의 롯데백화점은 올해 소방당국으로부터 우수 건물 표창까지 받은 곳인데 이곳까지 점검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업계는 중국 정부와의 마찰로 외국계 업체들이 중국 사업에서 발을 떼거나 점포를 폐점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던 만큼 롯데백화점도 이번 일로 해외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소방조사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일부 백화점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롯데 현지법인들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롯데 전방위 수사 이유가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보복 때문이라면, 실제 배치 이후에는 롯데백화점 상당수 점포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며 "지금도 롯데백화점 중국 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영업까지 못하게 되면 손실 폭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롯데백화점은 당초 계획과 달리 중국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으로 경영 악화 상태에 직면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법인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유통업체 이토요카토가 중국에 진출해 세운 화탕백화점의 경우 최근 3년간 6개의 매장을 폐점한 것을 두고 안팎에서 양국 간 관계 악화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백화점도 이번 일로 많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