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괌 미니캠프' 분위기는 좋다. 선수들 컨디션도 그렇다. 캠프를 이끌고 있는 선동열(54) WBC 대표팀 투수코치는 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진지하게 훈련에 임한다"며 흡족해 했다.
선 코치는 1월 31일 투수 5명(LG 차우찬·임정우, SK 박희수, NC 원종현, kt 장시환), 야수 4명(롯데 손아섭, 넥센 서건창·김하성, NC 김태군)과 함께 선수들과 괌으로 출국했다. 송진우 투수코치, 김동수 배터리코치, 불펜 포수, 트레이너 등도 동행했다.
대표팀이 국제 대회를 앞두고 소수 선수를 따로 모아 훈련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활동 기간 확대, 시차 적응 등의 이유가 있지만, 그만큼 WBC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선 코치는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였고, 삼성 수석 코치와 감독으로서 투수 컨디션 관리에 능했다. 대표팀에 선수를 보내는 팀들은 부상을 가장 우려한다. 한 구단 코칭스태프는 "투수 코칭에 일가견이 있는 선 코치가 캠프를 이끄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대표팀은 괌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실시하는 삼성과 같은 곳을 훈련지로 사용한다. 레오팔레스 리조트는 선 코치가 삼성 감독 시절(2005~2010년) 처음으로 1차 스프링캠프 장소로 사용한 곳이다. 선 코치는 "괌 훈련지를 처음 개척한 것 아니냐"는 얘기에 허허 웃으며 "아니다"고 답했다.
그런데 레오팔레스 리조트는 메인 구장 1개, 작은 보조 구장 1개, 5명이 한꺼번에 던질 수 있는 불펜, 육상 트랙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삼성과 대표팀이 같은 시간에 함께 사용하긴 어렵다. 대표팀이 '손님'이다.
대표팀은 '4일 훈련-하루 휴식'의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오전에 개인 훈련을 하고, 삼성의 훈련이 종료된 오후 3시경부터 메인 구장을 사용한다. 선 코치는 "삼성이 훈련을 일찍 마치는 등 배려를 많이 한다. 구장 여건도 좋아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투수조와 달리 야수조 훈련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예상됐는데 "메인 구장에서 배팅 훈련과 수비 펑고 훈련까지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수조도 메인 구장과 축구장을 이용해 캐치볼과 롱토스, 수비 훈련까지 진행하고 있다.
괌 미니캠프에선 선수별로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비활동 기간 확대에 따라 선수마다 몸 상태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선 코치는 출국 전 "괌에서는 기술적인 것보다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선수들이 몸을 얼마나 만들어 왔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과정은 만족스럽다. 선 코치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어느 정도 만들어 왔을까 궁금했다"며 "도착 다음 날인 1일 첫 훈련을 했다. 2일 훈련까지 지켜본 결과 선수들이 준비를 잘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담 없이 하프피칭 및 불펜피칭에 돌입할 예정이다. 선 코치는 "7일부터 투수 3~4명이 불펜피칭에 들어간다. 남은 기간 한두 차례 더 불펜피칭을 할 계획이다"고 소개했다. 출국 전엔 "괌에선 빠르면 불펜피칭이나 하프피칭을 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으니 현재까지는 기대 이상으로 순조롭다. 불펜피칭을 늦춘 투수 한 명도 몸 상태는 만족스럽다. 다만 선수의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
WBC 선수단 전체는 12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 19일 요미우리와 연습 경기를 시작으로 실전에 돌입한다. 선 코치는 "연습 경기까지 12일을 남겨 뒀다. 오키나와로 이동 전에 던질 수 있는 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까지 순조롭다. 오키나와에서 두세 차례의 불펜피칭을 더 가질 계획이다.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니캠프는 삼성 선수단의 훈련 일정 때문에 오전 스케줄은 자유 시간 및 개인 훈련이다. 대다수 선수들은 이 시간에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다. 수차례 대표팀의 국제 대회에 동행한 KBO 관계자는 "이렇게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귀띔했다. 선 코치도 "오전 시간은 선수들에게 각자 스케줄을 맡겼는데 거의 모든 선수가 자율적으로 체력 훈련을 하더라"며 흡족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