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영주권이나 조부모 국적으로도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얻는 대회다.
그래서 사전 정보가 없다면 '저 선수가 저 나라 대표?'라는 놀람을 주는 선수가 가끔 나온다. 국적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선수도 있었다. 올해 3월 WBC에는 이와는 다소 다른 '의외의 선발'이 있다. 현역에서 은퇴한 메이저리거가 대표팀의 요청을 받고 WBC 대회에 출장하는 경우다.
브루슨 첸(40)은 2015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뒤 은퇴했다. 은퇴 뒤엔 클리블랜드 프런트에서 외국인 선수 적응을 돕는 업무를 했다. 그 첸이 지난 6일 WBC 중국 대표로 출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년 만에 현역 임시 복귀다.
첸은 1998년 애틀랜타에서 데뷔한 뒤 9개 구단을 거치며 메이저리그 통산 400경기(선발 227회)에 출장했다. 총 1532이닝을 던지며 82승 81패와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통산 성적은 82승 81패 평균자책점 4.62다. 그는 중국계 파나마인이다. 2009년 2회 대회 때는 파나마 대표로 출전했다. 이번엔 조부모의 국적을 따라 중국 대표로 나선다.
야구 저변이 넓지 않고 선수층이 얇은 중국의 야구 대표팀에는 빅리거 출신 투수의 합류가 큰 힘이다. 첸은 "(WBC 출전은) 내게 엄청난 기회다"며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올스타에 3차례 뽑힌 왕년의 구원왕 에릭 가니에(41)는 캐나다(C조) 대표팀으로 출전할 예정이다. 은퇴 후 7년 만이다. 가니에는 한때 LA다저스의 수호신으로 활약한 마무리 투수다. 1999년 다저스에서 데뷔한 그는 2002년 52세이브를 거뒀고, 2003년 55세이브로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빅리그 통산 33승 26패 187세이브, 평균자책점 3.47를 기록했다. 캐나다 대표팀에는 은퇴 후 WBC를 통해 복귀하는 선수가 또 있다. 1998년 플로리다에서 데뷔한 라이언 뎀스터는 통산 132승 133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했다. 그는 2014년 현역 은퇴 후 시카고 컵스 특별보좌역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015년 kt에서 은퇴한 뒤 롯데 2군 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크리스 옥스프링도 호주 대표팀의 요청이 있을 경우 WBC 기간 동안만이라도 현역 복귀를 고려한 적이 있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처럼 은퇴 선수들이 국가대항전에 대거 돌아온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다만 재미로 봐야한다. 나이도 있고 은퇴한 지 상당 기간이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처럼 선수층이 두텁다면 이 같은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이들이 택한 대표팀의 구성과 환경 영향이 컸을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