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반려동물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식품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너도나도 시장 진출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11일 국산 원유로 만든 반려동물 전용 '아이펫밀크'를 선보이며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했다.
이 제품은 개와 고양이의 특성 및 건강을 고려해 서울우유중앙연구소와 수의사들이 공동으로 연구·개발했다. 국내 업체가 반려동물 전용 우유를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우유 박형수 상품기획팀장은 "반려동물 시장의 급성장과 동시에 고품질 건강식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 증가로 국산 원유로 만든 반려동물 전용 우유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사조동아원도 유기농 사료인 '오러브잇' 5종을 선보였다. 오러브잇은 사조그룹의 사조펫연구소가 영국 프리미어사와의 기술 제휴로 탄생시킨 제품이다. '오리+호박+고구마' '양고기+귀리' '양고기+귀리' '연어+아마씨+참깨' '연어+아마씨' 등 5종으로 구성됐다. 고급 동물성 원료(오리고기·양고기·연어)와 7가지 슈퍼푸드(호박·오트밀 등) 등 인증 받은 유기농 원료를 사용해 반려견의 영양과 건강까지 고려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14년 프리미엄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오네이처'를 만든 CJ제일제당도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달 오네이처 신제품 2종을 출시했고 올 상반기에는 오네이처 대용량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이 같은 제품 라인업 확대 등으로 내년에는 '오네이처'로만 20억원, 반료동물 사료 전체로 200억원의 연간 매출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동원F&B는 2014년 11월 펫푸드 브랜드인 '뉴트리플랜'을 론칭했으며, 애묘용 습식사료 3종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기능성 애묘용 습식캔인 '뉴트리플랜 건강 프로젝트' 4종을 추가로 선보였다. 동원F&B는 향후 고양이 캔 외의 강아지 시장에도 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캔 제조 종류를 늘려 고급 캔에서 저가 캔까지 고르게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1년까지 3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삼 성분이 담긴 사료를 출시한 곳도 있다. KGC인삼공사는 2015년 반려동물 건강식 브랜드 '지니펫'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정관장 6년근 홍삼 성분과 최고 등급의 사료 원료를 혼합한 제품을 내놨다. 이달 건강보조식(북어 농축액 분말 영양제)도 출시할 예정이다.
'쑥쑥' 성장하는 시장…과열경쟁 우려도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드는 건 반려동물 사육 가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업종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기존의 기술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게 하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0년 17.4%에서 작년 21.8%로 크게 증가했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약 457만 가구·1000만명)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면서 최근에는 애완동물(pet)과 가족(family)의 합성어인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반려동물 사육 가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 8000억원으로 3년 새 2배 가량 성장했다. 오는 2020년에는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며 "사료나 이미용 용품 외에 패션 용품과 간식 등 다양한 제품 수요도 늘고 있어 반려동물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기업들이 너도나도 관련 산업에 뛰어들면 시장 과열화가 초래될 수 있고, 기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강소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과 가격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너도나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기존 중소업체들만 죽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ins.com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 ------------------------------------------------------ 2012년 2016년 2017년(추정) 2020년(추정) ------------------------------------------------------ 9000억원 1조8000억원 2조3000억원 6조원 ------------------------------------------------------ 자료=농림축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