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에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안겼다.
대표팀은 올해 3월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설욕전에 나선다. 쉽지는 않다. 4년 전보다 더 강력해졌다. 그때 유망주였던 선수들은 4년 사이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았다.
▶ 내야= 메이저리그 주전 라인업
어떤 우승 후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탄탄한 선수층이다.
내야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는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가 유력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수다. 타격은 평균 이하지만 지난 5년간 평균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 3.0을 기록했다. 3루수는 잰더 보가츠가 유력하다. 소속팀 보스턴에선 유격수지만 대표팀에는 시몬스가 있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 타율 2위에, 지난해는 홈런도 21개 쳤다. 보스턴에서처럼 대표팀 중심타선에 포진할 것이다.
KIA는 대표팀에 작은 공헌을 했다. 로저 버나디나는 지난해 12월 KIA와 계약하며 네덜란드 대표팀 합류를 고사했다. 그는 2013년 WBC 한국전에서 3번 타자로 나와 2타점을 올렸다. 당시 4번 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틴은 건재하다. 2013년 야쿠르트 소속으로 타율 0.330에 60홈런을 쳤던 타자다. 일본 프로야구 6시즌 중 부상으로 15경기만 뛴 2015년을 제외하곤 모두 31개 이상의 홈런을 쳤다.
발렌틴을 제외하면 외야 주전감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내야수로 등록한 주릭슨 프로파(텍사스)의 외야수 기용이 예상된다. 부상 때문에 최근 주춤했지만 2013년엔 리그 최고 유망주로 꼽혔다. 중견수는 랜돌프 오두버가 유력하다. 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2015 프리미어 12에서 대회 올스타에 선정됐다. 빠른 발이 장점이다.
▶ 포수= 2013년보다 더 낫다
4년 전 네덜란드의 최대 약점은 포수였다. 싱글 A 선수 다센코 리카르도가 주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워싱턴 백업 포수 스펜서 키붐의 대표팀 합류는 무산됐지만 션 자라가가 있다. 마이너리그 경험이 풍부하다. 더블 A 통산 출루율이 0.390이다. 지난해 11월 일본과 평가전부터 대표팀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 투수= 에이스 밴덴헐크, 다음은 누구?
네덜란드가 우승 후보로 평가받기 어려운 이유는 투수력 때문이다. LA 다저스 마무리 켈리 잰슨 등 메이저리그 세 명이 포함돼 있지만 모두 예비엔트리 선수다. 1라운드엔 출전하지 않는다.
에이스는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다. 한국 대표팀은 밴덴헐크의 한국전 등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4년 삼성에서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수준급이었던 외국인 투수다. 지난 두 시즌 175이닝을 던졌고 피안타는 133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다음이 마땅치 않다. 2선발로 꼽히는 JC 슐베런은 트리플 A 두 시즌 평균자책점이 6.99다. 자이르 후리헨스는 과거 애틀랜타에서 3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량이 급격히 쇠퇴했다.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에서도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시즌 중 방출됐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샤이란 마티스는 최근 독립리그를 전전하고 있다. 216cm 장신 투수 록 반 밀은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 단, 네덜란드리그 성적이다. 트리플 A에선 23.62였다.
방심은 금물이다. 2013년 한국전에서 4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디에고마 마크웰도 당시 네덜란드리그 소속이었다. 이번에도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지난해 기량 쇠퇴 징조를 보였다.
▶ 총평= 뮬렌의 선택은?
헨슬리 뮬렌 네덜란드 감독이 밴덴헐크를 어느 경기에 투입할지가 최대 변수다. 홈 이점이 있는 한국을 피하고 확실한 1승을 노릴 수 있다. 거꾸로 한국 타자들을 잘 아는 그에게 3월 7일 선발 마운드를 맡길 수도 있다.
네덜란드의 타선과 수비는 A조에서 가장 강하다.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2013년 WBC에선 네덜란드가 한국을 더 잘 파악했다. 롯데에서 뛰었던 라이언 사도스키는 네덜란드를 위해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했다.
임선규(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