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영주권이나 조부모 국적으로도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얻는 대회다. 국적 선택을 놓고 갈등한 메이저리거가 본 대회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리고 WBC를 즐기는 또 한 가지 관전 포인트, 현역에서 은퇴한 메이저리거 스타가 대표팀의 요청을 받고 WBC 대회에 복귀하는 경우다. 8일 공개된 16개국 엔트리를 보면 이런 선수들이 꽤 있다.
LA 다저스 수호신 출신의 에릭 가니에(41)는 캐나다(C조) 대표팀으로 출전할 예정이다. 은퇴 후 7년 만이다. 올스타에 3차례 뽑힌 그는 마무리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2002년 52세이브를 거뒀고, 2003년 55세이브로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빅리그 통산 33승 26패 187세이브, 평균자책점 3.47를 기록했다.
또 1998년 플로리다에서 데뷔한 라이언 뎀스터는 통산 132승 133패 평균자책점 4.35를 기록했다. 그는 2014년 현역 은퇴 후 시카고 컵스 특별보좌역으로 근무한 그 역시 이번에 캐나다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계 파나마인 브루스 첸(40)도 은퇴 2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첸은 1998년 애틀랜타에서 데뷔한 뒤 9개 구단을 거치며 메이저리그 통산 400경기(선발 227회)에 출장했다. 총 1532이닝을 던지며 82승 81패와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통산 성적은 82승 81패 평균자책점 4.62다.
첸은 2009년 2회 대회 때는 파나마 대표로 출전했다. 이번엔 조부모의 국적을 따라 중국 대표로 나선다.
야구 저변이 넓지 않고 선수층이 얇은 중국의 야구 대표팀에는 빅리거 출신 투수의 합류가 큰 힘이다. 첸은 "(WBC 출전은) 내게 엄청난 기회다"며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2015년 kt에서 은퇴한 뒤 롯데 2군 투수코치를 맡고 있는 크리스 옥스프링은 호주(B조) 대표팀 투수 예비 엔트리에 이름이 올랐다. WBC에 참가하는 16개국은 최종 엔트리(28명) 외에 투수 10명을 '예비 엔트리'로 제출한다. 각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최대 2명까지 투수 엔트리를 교체할 수 있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처럼 은퇴 선수들이 국가대항전에 대거 돌아온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다만 재미로 봐야한다. 나이도 있고 은퇴한 지 상당 기간이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처럼 선수층이 두텁다면 이 같은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이들이 택한 대표팀의 구성과 환경 영향이 컸을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