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점검을 마쳤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진은 다음 과제인 투구 밸런스를 찾는 데 집중한다.
대표팀 투수들은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3일간 훈련한 뒤 하루 휴식을 취하는 일정에 돌입했다. 13~15일 구시카와구장에서 불펜 투구를 실시했다. 투수 12명 가운데 임창용(KIA)과 임정우(LG), 이대은(경찰청)을 제외한 9명이 불펜 마운드에 올랐다. 이들은 적게는 한 차례, 많게는 두 차례씩 불펜 투구를 실시했다. 9명은 '합격점'을 받았다.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는 "우려와 달리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몸을 잘 만들었다. 불펜 투구를 늘려 가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나머지 세 명은 자기 페이스에 맞춰 불펜 투구 일정을 잡는다.
몸 상태가 좋다고 해서, 곧바로 위력적인 공을 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가 수반돼야 한다. 완벽한 공을 던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김인식 감독은 "투수들의 체력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 투구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다. 불펜 투구와 실전 경기를 통해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은 "팔이 넘어오는 스윙 속도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공이 종종 벗어났다"고 말했다. 사이드암 투수 원종현은 "투구할 때 밸런스가 흔들리는 걸 느꼈다. 조금 더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좋은 구위와 안정적인 제구를 위해선 완벽한 투구 밸런스가 필요하다. 투구 동작은 일련의 과정이 연속해서 이루어진다.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스윙까지 균형이 이루어져야 힘 낭비 없이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 밸런스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투구를 하면 특정 부위에 과부하가 걸려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좋은 밸런스를 갖추는 건 프로야구 투수가 시즌을 준비하면서 늘 하는 일이다. 시즌 중에도 밸런스 유지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WBC 개막전은 3월 6일이다. 대표팀 투수들은 대회 준비를 위해 예년보다 일찍 몸을 만들었다. 신체 리듬이 빨라졌고, 투구 밸런스를 찾는 데도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WBC에 출전하는 대다수 대표팀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대표팀 트레이너 파트가 바빠졌다. 투수들의 밸런스 회복을 돕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조대현·김지훈 트레이너가 투수진 밸런스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대표팀 투수들과 함께한다.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컨디션을 체크하고, 이를 코칭스태프에게 보고한다.
조 트레이너는 "밸런스는 '운동 명령'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튜빙과 메디신볼, 보디 웨이트트레이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투수들의 밸런스 회복을 돕고 있다. 프로그램이 힘들 텐데 모두 잘 소화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개인마다 컨디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다르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불펜 투구를 하지 않은 이대은의 경우 다른 투수들이 초반에 소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올해 경찰청 유니폼을 입고 퓨처스리그에서 뛸 이대은은 1월 12일부터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4주 군사훈련을 받았다. 이 때문에 페이스가 다른 투수들보다 더디다.
조 트레이너는 "투구를 하고 난 뒤 회복·보강 운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투수들이 건강한 몸으로 던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