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3년새 훌쩍 성장했다. 빅뱅을 롤모델로 꼽으며 2000석의 악스홀에서 공연을 열었던 이들이 이젠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 2만석의 고척돔에서 팬들을 만났다. 3월부턴 4대륙 8개국 이상을 찾아가는 월드투어도 앞두고 있다. 기획사의 후광 없이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피·땀·눈물로 이뤄낸 성과다. 방탄소년단이 써내려갈 기적의 끝은 어디일까.
작심하고 물량공세 방탄소년단은 18일·19일 양일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BTS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윙스 투어 인 서울'(이하 '윙스투어')을 개최하고 총 4만명의 팬들과 만났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된 좌석은 아미밤(방탄소년단 공식 응원봉) 물결로 가득했다. 첫날 공연은 사전 양해 없이 15분 지연 시작됐으나 팬들은 개의치 않았다. 앞서 공개된 뮤직비디오에 환호하며 본공연을 예열했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토크는 줄이고 퍼포먼스에 충실했다. 방탄소년단의 땀방울은 마를 새가 없었다. 타이틀 멜로디를 엮어 한 번에 여섯 곡까지 소화했다. 지민은 "쉬지 않고 달렸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말로 팬의 걱정을 웃음으로 승화했다. '윙스 투어'는 방탄소년단 공연 사상 최대 물량이 동원됐다. 특수효과나 장치들이 굉장히 많았다.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 연출은 기본, 세트가 상하로 움직이며 화려함을 더했다. 멤버들은 전동차 두 대에 나눠타고 고척돔을 한 바퀴 돌았다. 놀이공원에 온 듯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기도 했다. 4층까지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 가깝게 다가갔다. 팬들의 아미밤 또한 무선 조종으로 더욱 화려한 불빛을 냈다.
드러나는 약점들 방탄소년단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멤버들이 밝힌 인기 비결도 '성장'에 있었다. 진은 "음악적으로나 외모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뿌듯해 했다. 하지만 준비 없는 급성장은 때론 독으로 돌아온다. 아직 인스타그램 공식 인증마크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배로 늘어난 팬덤을 관리하기엔 역부족인 현실이다.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더 커질 수 있는 방탄소년단의 날개는 여기서 꺾일 수 밖에 없다. 이날 공연에서도 여러 차례의 '대란'이 곳곳에서 벌어져 미흡한 준비로 아쉬움을 샀다. 첫 번째는 굿즈대란. 아미밤 새 버전을 사기 위한 줄이 고척돔 계단을 가득 메워 그야말로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소속사는 온라인 선판매를 열었지만 "2월 10일 순차발송"이라는 공지 때문에 현장 판매 대란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콘서트 전에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팬들은 공연 전날부터 줄을 섰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에겐 암표상이 접근했다. 온라인 티켓양도사이트에선 정가의 14배에 달하는 최고 150만원까지 거래됐다. '암표 대란'에 대해 한 팬은 "지난 팬미팅에선 암표상들이 70만원을 불렀는데 고척돔 공연은 더 높게 불러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이렇듯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까지 몰리다보니 고척돔 일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장에 나온 한 경찰은 "빅뱅콘서트 때보다 더 복잡하다. 그때도 외부에 사람이 많긴 했지만 대로변을 건너 사방으로 팬들이 퍼진 것은 처음 본다"면서 "주최측에서 정식을 지원 요청 공문을 보냈는지는 모르겠으나 행사가 있거나 붐비는 지역이 있으면 요청이 없더라고 출동해서 상황을 지원한다"면서 '교통대란'을 실감케 했다. 늘어난 팬만큼 통제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 공연이 온라인 최대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불법중계되는 일도 있었다. 서울 공연에서 최초 공개된 '낫투데이' '봄날' 안무 영상은 이미 일파만파로 퍼졌다.
성큼 다가온 봄날
팬들은 소속사와 별개로 자체정화의 노력을 기울였다. 불법 암표와 불법 게재된 동영상을 내리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경고했고 실제 신고로도 이어졌다. 일부 팬이 흐려놓은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힘썼다. 방탄소년단은 팬들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관객석을 가득 메워준 팬들을 보며 뭉클해 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는 원동력도 다 팬들 덕분이었다.
뷔는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쑥쑥 커가는 모습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정말 캡짱"이라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슈가는 "여러분은 왼쪽 날개, 우리는 오른 쪽 날개다. 서로 날개가 되어 더욱 더 높게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랩몬스터는 "아미(팬클럽 이름)와 방탄소년단은 서로의 팬이다. 앞으로도 함께 교감하며 나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진은 "반짝이는 아미봉이 아름답다. 여러분들이 들고 있는 빛은 우리가 잘 나아갈 수 있게 앞길을 밝혀준다"면서 "아미(팬클럽 이름)랑 같이 봄날을 걷자"고 외쳤다. 지민은 "아직 보여드릴 모습이 많다. 이게 다가 아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이홉은 "여러분은 하늘이고, 우리는 그 위를 날고 있다. 여러분들이 달아준 날개 달고 봄날로 함께 날아가자"는 벅찬 소감을 전했다. 막내 정국도 "악스홀에서 처음 시작했었는데 어느 새 둘러보니 고척돔이다. 우리가 정말 많은 사랑으로 성장했음을 느꼈다. 팬들 덕분에 웃는 날이 많아졌다. 우리를 믿고 따라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방탄소년단은 '봄날'로 음악방송 스케줄을 1주일 동안 소화한다. 이후 3월부터 칠레, 브라질, 멕시코(K콘),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호주 등으로 날아가 현지 팬들과 조우한다. 고척에서 펼친 날개로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