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연맹 이사회는 20일 서울시 신문로 축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2017 제4차 이사회를 열고 현 권오갑(66) 축구연맹 총재를 제11대 총재로 재추대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총 13명 가운데 허정무 축구연맹 부총재를 비롯한 한웅수 축구연맹 사무총장, 장석수 제주 유나이티드 대표, 이재하 FC 서울 단장, 안기헌 대한축구협회 전무와 조동성·김우찬·김종환(이상 사외이사) 등 8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신임 권 총재의 재추대식은 사실상 의례적인 절차만 남겨놓게 됐다. 축구연맹은 오는 24일 대의원 총회에서 현 권 총재의 재추대 건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대의원 총회에서도 권 총재의 재추대 건은 큰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게 축구계의 주된 관측이다. 이로써 지난 1월 16일 치러진 제11대 총재 선거 과반 득표 실패에 따른 축구연맹의 '신임 총재 궐위' 사태 논란도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대 과정의 절차상 흠결을 놓고 그 불씨는 사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축구계 일각의 시각이기도 하다. 모 구단 관계자는 "대의원 총회는 그야말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정해진 계획대로 가는 것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미 지난 1월 제11대 총재직 선거 당시 신문선 명지대학교 교수가 단독 입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후보자 등록부터 유세 과정 내내 축구연맹과 갈등을 겪었다. 신 후보 측은 "축구연맹이 후보자로 나서지도 않은 현 권 총재의 대리인처럼 행동한다. 선거권을 가진 구단을 돌며 간접적으로 유세를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 후보가 낙선할 경우 공석이 될 총재 자리를 놓고 '현 권 총재가 유임하는지, 대리인이 직무를 대행해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궐위' 문제가 큰 논란거리였다. 결국 신 후보는 과반 득표에 실패해 낙선했다.
축구연맹은 이후 신속하게 움직였다. 지난 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정관 21조 12항을 '총재 선거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총회를 통해 적임자를 추대한다'는 내용으로 바꿨다. 이후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제11대 총재 선거를 위한 후보자 등록을 받았다. 신 후보의 탈락 여파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새로운 입후보자가 나오기 힘든 분위기였다. 축구연맹은 입후보자가 없자 바뀐 정관에 따라 현 권 총재를 재추대했다.
이번 재추대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축구인 A씨는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현 권 총재가 사임 뜻을 밝히자 축구연맹도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입후보자를 찾아왔다. 그러나 신 후보 사태로 어렵게 되자 '플랜 B'인 재추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럴 거면 선거제도가 존재할 필요가 있겠는가. 축구연맹 내부의 기득권들이 자신들만의 구도를 형성해 총재를 임명하는 구태로 돌아갔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