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에이스 투수 양현종(29·KIA)이 첫 실전 등판에 나선다. 상대가 흥미롭다.
WBC 대표팀은 22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요코하마와 평가전을 치른다. 지난 19일 요미우리전 이후 두 번째 실전 경기이자 오키나와 전훈 마지막 경기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일찌감치 양현종을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통보를 받은 양현종은 지난 14·17·19일 세 차례 불펜 투구를 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양현종은 요코하마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11월 양현종이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자 러브 콜을 보낸 구단이 요코하마다. 양현종의 에이전트가 일본으로 건너가 협상을 진행했고, 구체적인 조건이 오갔다. 요코하마는 양현종에게 계약 기간 2년에 총액 6억 엔(약 61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현종은 해외 진출이 아닌 국내 잔류를 택했고, KIA와 1년 22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양현종은 KIA와 계약한 뒤 요코하마 관계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성의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양현종이 요코하마를 선택했다면, WBC 대회 출전 가능성은 낮았을 것이다. 해외 구단 이적 첫해에 스프링캠프를 건너뛰고 WBC 대표팀에 합류하는 건 부담이다. 그러나 KIA 복귀와 함께 개운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오키나와 전훈을 앞두고 몸 관리로 철저히 했다. 그리고 22일 요코하마를 상대로 등판한다.
양현종은 "사람 일은 진짜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요코하마 구단에서 정말 좋은 조건을 제안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지금 내 입장에선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요코하마 구단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등판 날짜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좋은 투구를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장원준(두산)과 함께 WBC 대표팀의 원투펀치로 꼽힌다. 장원준은 19일 요미우리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무피안타·무실점·3탈삼진으로 '퍼펙트 피칭'을 했다. 양현종이 요코하마전에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한다면 대표팀엔 자신감이 더해진다. 양현종은 "요코하마전은 말 그대로 평가전 아닌가. 결과보다 내용에 집중하겠다. 실전에서 변화구 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최근 2년 동안 '슬로 스타터'를 자처했다. 구단 스프링캠프가 끝날 때까지 공을 잡지 않았다. 시즌 중반 이후 구위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체력 보강에 집중했다. 그러나 올해는 2월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표팀에서 에이스의 중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우려도 있지만 양현종은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 운동량을 더 늘렸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며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