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만 잡을 수 있다. 나머지 기간은 금어기이다. 11월부터 대게를 잡을 수 있지만 그 때 잡힌 대게는 살이 부실하다. 그래서 진짜 대게는 음력 정월 대보름(올 해는 2월11일) 이후부터 잡히는 것을 윗길로 친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이다. 바로 지금부터가 제철이라는 뜻이다. 지금 경북 울진을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게 원조마을은 울진에 있다
대게하면 경북 영덕을 먼저 떠올린다. 울진은 억울하다고 한다. 원래 대게 원조 마을은 울진이어서다.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울진군이 주장하는 대게 원조 마을은 평해읍 거일 2리이다. 마을 앞에 큼지막한 대게 모형물을 만들어 놓고 '대게 원조 마을'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거일이란 마을의 지형이 '게알'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 졌는데 게알에서 '기알', 다시 '거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 울진군의 설명이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를 보면 '14세기 초엽인 고려시대부터 대게는 울진의 특산물'이었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대게는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쯤 떨어진 왕돌초에서 많이 잡힌다. 왕돌초는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수중암초지대인데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른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수많은 어종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고기의 육질도 졸깃하다고 한다.
이런 울진이 영덕에 대게 산지의 명성을 넘겨준 것은 1930년대 쯤이다. 울진은 외진데 반해 영덕은 교통이 발달했다. 인근의 포항과 안동·대구 뿐 아니라 서울에까지 대게를 공급하기 편리했다. 자연스럽게 어부들은 영덕 강구항으로 몰렸고 영덕이 대게의 고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물론 영덕은 처음부터 축산면 차유마을이 대게 원조마을이라고 주장한다.
대게 축제가면 먹거리 풍성
울진군은 '울진이 대게의 고장'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지금은 어느 정도 울진이 대게로 유명해졌는데 2000년부터 시작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도 한몫했다. 올해로 18회째인데 3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후포항 왕돌초 광장과 한마음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에는 관광객을 위한 대게 특별 경매와 대게와 붉은대게 직판장도 운영한다. 또 대게 플래시몹, 대게송, 대게춤 등 대게를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후포항에서 열리는 경매 풍경도 볼만하다. 보통 아침 8시 전후로 열린다. 밤새 조업을 마친 대게 배들이 내려 놓은 대게는 아줌마들의 익숙한 손놀림으로 크기에 따라 분류된다. 정렬을 마친 대게는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
대게 시세는 예년보다 좀 비싸다고 한다. 지난 21일 경매가는 제일 작은 9㎝짜리 한 마리가 1만3000원이었다. 하지만 식당에서 4인 가족이 한 마리씩 먹으려면 거의 10만원 가량 한다.
지금 울진에는 또 다른 먹거리들이 많다. 씹을수록 고소한 줄가자미를 비롯해 '해장의 왕'이라 불리는 곰치국, 문어와 방어 등인데 축제에 가면 회나 찜·탕으로 즐길 수 있다.
피부에 좋은 백암온천
대게와 줄가자미 등 울진의 진미를 맛보았다면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 울진에는 온천이 유명하다. 백암온천과 덕구온천이 있다.
울진은 지금은 길이 잘 뚫려있지만 옛날에는 지리적으로 외졌었다. 내륙의 수안보·아산·부곡 등 유명 온천 만큼 물 좋기로 소문났지만 교통이 불편한 탓에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까지 온천수가 콸콸 쏟아지고 있다. 덕구온천은 약 알카리성 온천이다. 섭씨 43도의 온천수는 신경통과 관절염·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후포항과 가까운 백암온천도 알카리성 온천수이다. 아무런 냄새나 색깔이 없고 수온도 53도로 높다. 나트륨·불소 등이 함유되어 있고 피부병이나 부인병에 타고난 효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는 "한 바가지 물로도 모든 병이 낫는다"고 할 정도로 백암온천수의 효능을 극찬했다.
직접 목욕을 해보면 피부에 좋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얼마 있지 않아도 피부가 매끈매끈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비누나 입욕제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그렇다. 피부에도 좋고 부인병에도 좋은 덕분에 백암온천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이 찾는다.
글·사진=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울진 후포항까지는 차로 약 4시간 30분 걸린다. 먹거리도 많지만 볼거리도 많다. 성류굴·불영사·아쿠아리움·망양정과 국보 242호인 봉평 신라비 등이 있다. 죽변항에는 100년이 넘은 죽변등대가, 인근에는 드라마 '폭풍속으로'에 나왔던 세트장도 있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