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된다. 결국 '라라랜드'의 잔치가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전과 이변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꿈을 꾸는 예술가들이 많은 도시 LA의 별명이다. 배우 지망생 여자와 재즈 음악가를 꿈꾸는 남자의 러브 스토리 '라라랜드'는 일단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면면만 봐도 타 작품의 추종을 불허한다.
작품상과 감독상(다미엔 차젤레)·남우주연상(라이언 고슬링)·여우주연상(엠마 스톤)·촬영상·음향상·음향효과상·미술상·의상상·작곡상·음악상·각본상·편집상 그리고 주제가상에 두 곡이 이름을 올려 13개 부문에 걸쳐 14개 후보를 배출했다.
'라라랜드' 수상에 기대를 모으는 까닭은 앞서 치러진 여러 시상식에서 올해의 영화로 각광받았기 때문.
'라라랜드'는 골든글로브 7개 부문에 올라 전 부문을 석권했고,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5관왕 주인공이 됐다. 이후 감독조합상, 프로듀서조합상, ADG(아트드렉터스 길드) 작품상 등에서도 기승전 '라라랜드' 잔치였다.
기술상도 기술상이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바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이다. 그 중에서도 오스카의 꽃이라 불리는 작품상은 경쟁작이 역대급으로 치열해 수상을 한다면 어느 때보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이다.'라라랜드'와 경합을 치를 올해의 작품상 후보에는 '컨택트' '핵소 고지' '히든 피겨스' 라이언' '문라이트' '로스트 인 더스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펜스' 등 이미 평단의 뛰어난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포진돼 있다.
그 중에서도 '올해의 발견'이라 칭송받는 '문라이트'의 기세가 막강하다. '문라이트'는 마이애미의 흑인 아이가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8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OscarsSoWhite' 즉 백인 우월주의, 백인들의 잔치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올해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일환으로 '문라이트'를 선택했다는 의견도 많다.
'문라이트'는 이미 각종 시상식에서 165관왕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만큼, '문라이트'가 주요 부문에서 외면 당한다면 이유불문, 오스카는 또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여기에 성추문 파문으로 수상에 제동이 걸린 케이시 애플렉의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도 관심사다. 케이시 애플렉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며 혼자 사는 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앞서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지만, 과서 성추문에 발목잡힌 상황이다. 케이시 애플렉은 지난 2010년 영화 '아임 스틸 히어'를 연출, 당시 그는 여성 스태프 두 사람을 성희롱 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했다. 혐의를 부인했지만 곧 합의를 하면서 사실상 인정한 상황이 된 것.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케이시 애플렉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상을 하더라도 당장은 반쪽 축하밖에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케이시 애플렉은 잊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뒤, 지난 실수를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인물의 삶을 연기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생연기 였을까.
과연 이슈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어떤 작품, 어떤 배우, 어떤 스태프를 선택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