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문라이트'가 차지했다. 또한 '라라랜드'는 감독상·여우주연상· 미술상·촬영상·음악상·주제가상까지 무려 6관왕을 휩쓸었다.'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이시 애플렉과 '라라랜드' 엠마 스톤이 남녀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케이시 애플렉은 과거 성추문 사건이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 연기로 인정 받았다.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엠마 스톤은 오스카까지 품으면서 최고의 여배우로 떠올랐다. 남우조연상은 '문라이트'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와 '펜스' 비올라 데이비스가 차지했다. 백인 위주였던 지난해와 달리 아카데미는 흑인 배우들에게 조연상을 수여하면서 인종차별 논란 꼬리표를 떼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외국어영화상은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제한 정책으로 인해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이 불발된 아스가르 파라하디 감독의 '세일즈 맨'에게 돌아갔다. 이에 아스가르 파라하디 감독은 편지를 통해 "참석하면 우리 국민들께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참석하지 않았다"며 "현 상황은 전쟁을 나타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국가도 그간 희생양이 되어 왔다. 필요한 공감을 형성해 주시길 바란다"고 단언했다.이와 함께 성차별, 인종차별을 다룬 'O.J.: 메이드 인 아메리카'는 장편 다큐멘터터리상을 받았다. 러닝타임만 8시간으로 역사상 가장 긴 러닝타임 수상작이 됐다.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은 이변없이 디즈니 '주토피아'에게 돌아갔다.
트럼프 정국을 겨냥한 입담도 터졌다.
사회자 지미 카멜은 오프팅부터 "현재 국가가 분열돼 있는 상황이다. 한데 모아야 하는데 모을 수 진행을 하기는 불가능 할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싶다. 트럼트 덕택에 인종차별 이야기가 이제는 안 나올 것이다. 영화계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지난해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한 듯 세 명의 흑인 수학학자들의 실화 이야기를 다룬 영화 '히든 피겨스' 출연진들이 시상자로 나선 상황에서 실존인물 캐서린 존슨까지 무대 위에 등장, 전 배우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벤트는 또 있었다. 하늘에서 간식이 담긴 주머니가 떨어져 배우들을 환호케 한 것. 간식 주머니는 시상식 도중 세 번이나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주머니에는 각기 다른 간식이 담겨 있었고 배우들은 즐겁게 시상식을 즐겼다.이 날 시상식을 이끈 지미 카멜은 시상식 중간 중간 잊을만 하면 한 번씩 트럼프를 소환, 트럼프 없이 트럼프와 함께 하는 시상식을 완성했다. 특히 트럼프에게 직접 트위터 멘션을 보낸 것은 쇼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는 "두 시간 넘게 쇼를 진행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전혀 하지 않아서 걱정이 된다"며 '트럼프 일어났냐'는 멘션을 보낸 것. 지미 카멜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곧 알게 되지 않겠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아카데미상은 일명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며,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조연경 기자 사진= 사진제공=Gettyimages/이매진스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 수상자(작)
작품상: '문라이트' 남우주연상: 케이시 애플렉('맨체스터 바이 더 씨') 여우주연상: 엠마 스톤('라라랜드') 남우조연상: 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문라이트') 여우조연상: 비올라 데이비스('펜스') 감독상: 다미엔 차젤레('라라랜드') 각본상: 케네스 로너건('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각색상: 배리 젠킨스('문라이트') 촬영상: 라이너스 산드그렌('라라랜드') 미술상: 데이빗 와스코('라라랜드') 의상상: 콜린 앳우드('신비한 동물사전') 편집상: 존 길버트('핵소 고지') 시각효과상: 로버트 르가토 외 3명('정글북') 분장상: 크리스토퍼 알렌 넬슨 외 2명('수어사이드 스쿼드') 주제가상: City Of Stars('라라랜드') 음악상: 저스틴 허위츠('라라랜드') 외국영화상: 아쉬가르 파라디('세일즈 맨') 단편영화작품상: 크리스토프 데아크('싱') 단편애니메이션작품상: 앨런 바릴라로('파이퍼')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바이론 하워드 외 1명 ('주토피아') 단편다큐멘터리상: 올란도 폰 아인지델('더 화이트 헬멧츠') 장편다큐멘터리상: 에즈라 에델만('O.J.: 메이드 인 아메리카') 음향효과상: 케빈 오코넬('핵소 고지') 음향편집상: 실뱅 벨레마르('컨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