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투수 오승환(35)이 27일 오후 귀국했다. 대표팀 합류는 28일. 이제 WBC 대표팀은 '완전체'가 됐다.
인천공항에서의 인터뷰는 사양했다. KBO와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귀국 인사는 28일 고척돔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하기로 했다. 우여곡절이 컸던 대표팀 발탁이었다. 대표팀에서 짊어져야 할 짐도 무겁다.
오승환의 귀국은 1월 6일 개인 훈련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한 지 52일 만이다. 이때도 오승환의 입은 무거웠다. "내 입장에서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대표팀 발탁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때였다. 하지만 "선수로서 준비는 확실히 해놓겠다."
그 닷새 뒤인 1월 11일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을 최종 엔트리에 넣었다.
오승환이 대표팀 합류에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칠 수 없었던 이유는 2015년 말 터진 해외원정도박 파문 때문이었다. 지난해 1월엔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고, KBO는 그에게 복귀 조건부로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KBO 징계를 소화하지 못한 선수가 대표팀에 뽑힌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승환의 입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했다. 오승환의 에이전시는 발탁 논란이 일때도 "대표팀에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어떤 입장을 내놓긴 어렵다"고 속앓이했다. 그래서 오승환이 1월초 출국 당시 "준비는 확실히 해 놓겠다"고만 했던 이유다.
그는 대표팀이 부르면 언제든 소집에 응했다. 11년 전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6년 WBC에서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후 2006 도하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WBC 등에 연이어 출전했다. 그리고 2013 WBC 대회도 출전했다. 그 동안 태극마크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 13경기에서 10⅔이닝 동안 5피안타 14탈삼진 평균자책점 3.38로 잘 던졌다.
대표팀에서 제외된 건 총 3차례. 이유가 있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은 11월에 열렸다. 당시 오승환은 팔꿈치 부상으로 그해 7월 이후 정규시즌에 결장했다. 2014년 9월에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은 당시 일본 프로야구 한신 소속으로 리그가 한창이라 뛸 수 없었다. 2015 프리미어12 때는 예비 엔트리엔 들었으나 도박 논란이 불거진 후에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현역 메이저리거의 대표팀 합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정규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오승환은 지난 두시즌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경기, 이닝을 소화했다. 한 야구인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오승환이 대표팀에서 뛰는 건 봉사의 의미다. 오승환이 WBC에 온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얻을 게 없다. 그가 대표팀에 합류하는 건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로 나라를 위해 뛰겠다는 사명감일 것"이라고 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지난해 76경기에 출전해 79⅔에서 1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90. 내셔널리그 구원 투수 중 평균자책점 3위, 탈삼진 4위(103개)였다. 미국 현지 언론은 1시즌 만에 오승환을 최정상급 구원투수로 인정했다.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는 오승환을 구원 투수 중 4위, 전체 투수 중 19위로 평가했다. ESPN은 내셔널리그 2017년 올스타 구원 투수 후보로 오승환을 예상했다.
국가대표 팀에선 부동의 마무리다. 유난히 구성에 애를 먹은 이번 대표팀이지만 코칭스태프는 뒷문만은 걱정하지 않는다. 후배들도 베테랑의 합류를 반긴다.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은 차우찬(LG)은 "오승환 선배님이 함께 하면 든든하다"고 했다. 외야수 민병헌(두산)은 "메이저리거도 칠 수 없는 공을 던지지 않는가.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지난해 일간스포츠가 주관한 조아제약 시상식에서 후배 최형우에게 "대표팀 발탁 기분은 어땠나"고 물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KBO의 결정이고 존중할 뿐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대표팀에 합류해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 '다음'은 2017년 WBC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