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분쟁을 시작으로 지난해 비자금 조성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 연루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검찰 수사의 단골손님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여기에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 조치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롯데 수사 초읽기… '신동빈 경영' 위기
5일 재계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조만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검찰의 2차 수사 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말로 임기를 다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롯데 관련 수사 자료를 지난 3일 검찰에 넘겼다.
현재까지 검찰은 어떤 발표도 하지 않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재개하고 롯데와 신 회장에 대한 수사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도와줄 것을 부탁한 것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했다. 수사 과정에서 다른 그룹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공이 검찰로 넘어간 만큼 검찰은 롯데와 SK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롯데와 SK 모두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을 뇌물로 봤던 만큼 검찰도 이 같은 맥락에서 수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는 지난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한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던 터라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롯데는 잠실 제2롯데월드 특혜 의혹,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간 경영권 암투 등으로 내부가 어수선한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이 롯데 수사를 재개할 경우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미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의 경우 이번 수사로 심각한 경영권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 사드 보복 본격화… 롯데 '좌불안석'
악재는 이뿐 아니다. 경주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면서 중국 정부의 제재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 말부터 현재까지 중국 롯데 매장에 대한 중국 당국의 시설 점검만 200회에 달한다.
특히 롯데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는 지난달 28일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확정 발표 이후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중국에서 운영하는 유통 시설에 위생과 안전 관련 점검 6건, 소방 점검 4건, 시설 조사 7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또 지난 2일에는 국내에 서버를 둔 롯데인터넷면세점이 해킹당했다. 국문·중문·영문·일문으로 된 롯데인터넷면세점 홈페이지 네 곳이 이날 정오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을 받아 다운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 당국이 자국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 점이다. 중국 현지 여행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시와 장쑤성·산둥성·산시성의 여유국은 3일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15일부터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구두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세점·호텔 등이 주요 먹거리 사업인 롯데 입장에서 중국 당국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는 초대형 악재인 셈이다.
한국 면세점 업계에서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6조원가량으로 70%인 4조2000억원이 중국 관광객을 통해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한국 관광 금지'로 인해 롯데가 입을 피해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관광객 비중이 적지 않은 롯데호텔과 놀이공원인 잠실 롯데월드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롯데그룹이 가장 힘들 것 같다"며 "국내외에서 좋지 않은 문제에 휩싸이며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