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바람이 매섭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경제보복이 노골화 되면서 중국 내 한국 지우기가 가속화 되고 있다. 드라마와 아이돌 공연업계는 물론 순수예술 분야인 소프라노 조수미와 피아니스트 백건우마저 중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심화되는 한한령 속에 국내 가요계는 '포스트 차이나' 동남아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왜 동남아일까
아세안 시장의 성장률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필리핀(7%)과 인도네시아(5.2%)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태국(3.5%)은 3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베트남은 2011년 이후 꾸준히 6%를 넘나드는 평균 성장률(출처:현대경제연구원)을 보여왔다. 전세계 2조 달러에 육박하는 콘텐츠 시장 규모로 보자면 2%에 불과하지만 그 잠재력 만큼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가요관계자는 "이미 동남아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중국 길이 막히면서 포스트 차이나로 동남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그 결과물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미 스며든 인니자본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조합과 CBS홀딩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아리온은 경쟁력 있는 엔터테인먼트사를 인수 중에 있다. 걸스데이·지현우가 소속된 드림티엔터테인먼트, 하이라이트가 소속된 어라운드어스, 에일리가 소속된 YMC엔터테인먼트, 김구라·김국진이 있는 라인엔터테인먼트 등이 이에 해당된다. 가수·배우·MC까지 막강한 라인업을 구성한 셈이다. 아리온 관계자는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 열려있다"면서 "중국의 한한령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돌파구를 인도네시아에서 찾겠다"고 전했다.
대형기획사의 노크
'이효리 소속사' 키위미디어그룹은 A-Pop(Asian Pop)을 키우겠다는 일념 하에 동남아 10개국을 대상으로 한 아이돌그룹을 제작 중에 있다. 태국 최대 규모 한류 복합 쇼핑몰 운영사인 쇼디시(SHOW DC)사와 공연기획 연예인 아카데미 회사 A9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동남아 10개국이 모인 아세안 경제 공동체(AEC, ASEAN Economic Community) 회원국을 대상으로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키위미디어그룹 정철웅 대표는 "태국을 거점으로 동남아 지역의 한류 문화확대에 힘쓸 것"이라며 "그룹이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CJ E&M은 지난해 10월 태국 최대 종합 미디어 사업자인 트루비전스와 합작법인 트루 CJ 크리에이션스를 만들어 현지 방송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