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소통의 힘을 보여줬던 JTBC '말로 하는 버스킹-말하는대로'(이하 '말하는대로')가 시즌1 마침표를 찍었다. MC 유희열·하하 콤비의 찰진 진행과 매회 등장하는 버스커들의 진짜 소통이 돋보였던 '말하는대로'가 아쉽게 24회를 끝으로 8일 종영한 것.
방송 초반 시청률 성적이 저조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꾸준한 입소문을 탔다. 소통의 위력을 보여주며 1%대에서 방송 2달 만에 3~4%대 시청률로 상승, 수요일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망가진 이별'이 아니라 잘 될 때 작별을 고해 시즌2가 더욱 기다려지고 있다.
위로가 필요한 시기 찾아온 선물
매회 말할 거리가 있는 버스커들이 거리로 나가 버스킹을 벌였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바를 전하는 버스커들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오면서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시청자를 설득하는 직접적 요소가 버스커들의 진심이었다.
더구나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 위로가 필요했던 시기 찾아온 선물 같은 예능이었다. 지쳐있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고, 공감하고 싶고, 경험 속 조언을 얻고 싶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처음엔 웃음기 적은 이 프로그램이 무겁게 다가왔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진심을 접한 순간 마음이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MC들 역시 같은 생각으로 시작했다. 유희열은 '말하는대로' 제작발표회 당시 "기획안을 처음 받았을 때 의미는 좋지만 정말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근데 이 기획안이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 그래서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밌다. 웃음이란 강박과 재미만이 예능에서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니다. 말 속엔 여러 가지 온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희열의 말처럼 재료 본연의 맛, 말맛이 풍기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살아나 폐지 위기까지 갔던 '말하는대로'가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 힘이 6개월여 동안 안방극장과 함께하는 밑바탕이 됐다.
PD "하희열 콤비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말하는대로' 정효민 PD는 "시즌1이 종영했다. 날씨도 좋아지고 아직 할 얘기들이 많은 것 같은데 시즌제로 끊어가는 현 타이밍이 좀 아쉽다. 빨리 시즌2를 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정 PD는 이어 "벚꽃이 있는 곳에서 버스킹을 하고 싶었다. 장범준 같은 사람을 섭외해서 노래도 같이 녹여내고 싶었다. '날씨가 풀리고 나면 거리에서 좀 더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아쉬움이 남는데 시즌2에 이런 것들을 좀 더 잘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MC와 관련, "하희열(하하-유희열) 콤비의 합이 잘 맞아가고 있었는데 시즌1 종영에 MC들도 아쉬워하더라"면서 "MC들에게 고맙다. 이 기획안을 MC들이 안 받아들여 줬다면 A4 한 장으로 끝났을 프로그램인데 두 사람의 결단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웃음이 좀 부족하더라도 깊은 재미가 있을 거라고 믿고 도전해준 MC들에게 고맙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 PD는 가장 기억에 남는 버스커로 '손아람 작가'를 꼽았다. "2회에 처음 출연했는데 직접 거리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페미니즘이 아닌 것으로 시작해서 페미니즘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굉장히 의미 있는 버스킹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힘든 시기인데 다들 잘 버티고 살아남아서 좋은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허지웅 씨의 말이 생각난다. '말하는대로'를 잊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