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국의 보복이 거세지면서 e스포츠계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이 적지 않고, 국내 e스포츠팀들이 중국 업체들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한국 e스포츠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진출이 막힌다면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선수·개인방송 등 중국 진출 활발
중국 e스포츠가 불과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e스포츠의 중국 진출이 활발하다.
특히 한국 선수들이 중국 e스포츠팀에 많이 나가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기준으로 보면 1·2군을 합쳐서 40명 가량이 올해 중국에서 뛰고 있다. 삼성 소속으로 2014년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우승한 구승빈과 SK텔레콤의 롤드컵 우승을 이끈 이지훈(2015년), 배성웅(2013년·2015년·2016년) 등이다. 작년 60명에 비해 줄었지만 적지 않은 숫자이다.
한국 e스포츠팀들이 중국에서 개인방송도 하고 있다. 최근 2년 간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중국 스트리밍 사업자와 계약을 맺어 각 팀의 주요 선수들이 진행하는 개인방송을 진행해 총 5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올해는 각 팀들이 개별적으로 중국 업체들과 손잡고 개인방송을 하고 있다. '페이커' 이상혁 등 세계적인 선수를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중국의 유명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인 도유TV와 함께 개인방송을 시작했다. 지난 3일 이상혁·배준식·한왕호·이재완·허승훈 등이 출연한 첫 방송에 400만명(동시접속자 기준)이 몰렸다. 이는 도유TV에서 한 콘텐트가 올린 기록으로는 최고이다.
KT도 중국에서의 개인방송을 위해 관련 업체와 마지막 조율 중이다.
이외에 세계적인 리그로 성장한 한국의 LoL 리그 '롤챔스 코리아(LCK)'도 중국에서 인기리에 중계되고 있다. e스포츠협회도 중국과 함께 케스파컵 등 다양한 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 e스포츠의 중국 진출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것은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음향디지털출판협회가 발표한 2016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체 게임 시장에서 e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약 504억 위안(8조4000억원)에 달한다.
또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아리서치의 ‘2016년 중국 e스포츠 콘텐트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e스포츠 이용자수는 2015년 1억2000만명에서 2018년 2억8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 기반 게임 생중계 이용자수는 2014년 3000만명 수준에서 2016년 1억명을 넘어섰다.
아직 불이익 없어…신 사업은 물 건너 가
문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 연예인 및 콘텐트 금지령(한한령)에 이어 한국관광 금지, 한국 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보복 대상과 수위가 확대하고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에 필요한 판호(콘텐트 서비스 허가제도)를 발급하지 말라는 구두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e스포츠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한국 e스포츠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유TV에서 SK텔레콤 선수들의 개인방송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KT가 추진하는 개인방송도 사인만 남겨두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드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별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중국 업체 측에서도 사드 영향없이 개인방송을 할 수 있다며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개인방송에서 일반인 VJ의 경우 한국인이 등장하는 것은 사라졌다"며 "SKT와 같은 경우는 스포츠라는 점 때문에 아직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팀의 한국 선수에 대한 불이익도 아직 없다. 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사드 보복이 된다면 우리 선수들을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을텐데 아직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 선수들에게 불똥이 뛸 경우 피해는 심각해질 수 있다. 한 e스포츠팀 관계자는 "중국 업체와의 계약에는 정부의 정책에 의한 것이라면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회사에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선수들은 연봉을 못받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등 다른 나라에 갈수도 없는 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새로운 대회나 사업 진행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올해 다양한 케스파컵 대회를 중국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논의가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말했다.
e스포츠계는 사드 문제가 장기화되는 것을 걱정했다. 한 팀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보고 팀을 운영하는 것인데 이게 막힌다면 팀을 운영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사드 갈등이 장기화되면 e스포츠팀에 대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팀 해체를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중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또 다른 팀 관계자는 "사드 갈등이 롤드컵 때까지 계속 된다면 강력한 우승 후보인 한국팀들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경기 도중에 돌발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만수 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작년 한한령 때부터 중국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e스포츠쪽에도 일부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중국이 우리로서는 최대 시장인 만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관부 최성희 게임콘텐트산업과장도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며 "협회와 함께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