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1부리그)과 챌린지(2부리그)를 막론하고 K리그 무대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구호 중 하나다.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서포터즈들이 외치는 이 구호 속에는 심판에 대한 깊은 불신이 담겨 있다.
비단 K리그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축구 등 다른 리그는 물론이고 규칙이 존재하는 대부분의 스포츠는 판정 문제로 몸살을 앓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라운드 안에서 움직이는 심판이 보지 못하고 놓친 부분을 시청자는 방송 중계를 통해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다. 그래서 판정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사소한 판정 실수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오심이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크나큰 불신감을 안겨 주고 만다. '심판도 사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로 마냥 설득할 수만 없는 문제다.
▲K리그는 판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VAR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 K리그의 고민, 그리고 노력
지난 주말 개막을 맞이한 K리그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 중 하나도 바로 이 '판정' 문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보다 공정한 경기를 통해 경기 품질을 끌어올리고 팬들의 발길을 경기장으로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지속해 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정성 및 품질 강화 부분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이 팬들의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로서는 가시적인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조연상 연맹 사무국장은 지난 3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2016 실적 및 2017 계획 발표 자리에서 "2015년과 2016년의 심판 판정 정확도를 비교했을 때 퇴장(56.0%→44.5%)이나 페널티킥(80.0%→72.5%)처럼 정확도가 감소한 부분도 있지만 파울(90.8%→92.5%)과 경고(87.7%→89.0%) 등은 상승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국장은 "만족스러울 만큼의 수치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판 판정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맹이 야심차게 올 시즌 도입을 선언한 것이 바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Video Assistant Referee)'이다. 이미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를 비롯해 독일 분데스리가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등에서 활용 중인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명백한 오심'을 바로잡는 데 효과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아시아 최초로 도입하는 K리그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으로 팬과 선수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한 판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판정의 우선권은 심판에게 있는 만큼 공정한 판정과 경기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적자원인 심판의 자질을 끌어올리는 데 단·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맹 측은 심판 교육을 강화하고 평가 체계를 개선해 심판의 경쟁 구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K리그는 '심판 승강제'를 실시 중인데 기존 2명의 심판이 평가에 따라 승격 혹은 강등되는 것을 최대 4~5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 판정 기준 팬에게 공개한 일본
첫 머리에 언급했듯 판정 문제는 종목과 나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다루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90분의 시간 동안 단 1골로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축구는 언제나 판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서 노력해 온 종목 중 하나다. 골라인 판독기를 시작으로 수많은 과학적인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져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J리그 역시 판정 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모로 고심 중인 리그 중 한 곳으로 최근엔 더욱 눈에 띄는 시도를 보여 준 리그기도 하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지난 2월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심판 판정의 기준을 설명하는 '경기 규칙 스탠더드(판정 해설 영상)'를 팬에게 공개했다. 이 영상은 매년 개막전을 앞두고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관계자, 그리고 언론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판정 강습회'에 사용되는 것으로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FA가 공개한 이 영상에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실제로 일어난 태클이나 헤딩 등 경합 상황에서 벌어진 파울·오프사이드·핸드볼 등의 상황을 예로 들어 판정 기준을 설명한다.
하라 히로미 J리그 부이사장은 "지금까지 선수나 관계자들만 이 영상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공개해 모두가 볼 수 있게 했다"며 "같은 기준을 가지고 (판정에 대해)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열려 있는 J리그를 만들겠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올 시즌부터 판정에 의문을 가질 경우 경기가 끝난 뒤 구단 실행위원회나 강화 담당이 심판 평가자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선에서 끝났던 것이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로 바뀌는 만큼 보다 긍정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오가와 요시미 JFA 심판위원장 역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심판 판정의 기준을 확립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판정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팬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승부에 열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다.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해 공정한 판정을 내린다는 믿음을 얻어야 K리그의 신뢰도도 올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