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선수들이 소속 팀에 복귀한다. 개인 차는 있지만 대체로 후유증을 안고 있다. 각 구단의 사정도 제각각이다.
한국은 이번 WBC에서 처참한 성적을 냈다. 대회 참가 처음으로 2경기만에 예선 탈락이 결정됐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이스라엘에겐 패했고, 최종 대만전도 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어렵게 이겼다. 네덜란드에겐 전력 차를 절감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임창용은 전지훈련에서 차량 사고에 연루됐고, 김태균과 김재호는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KBO리그 흥행에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각 구단도 고민이 크다. 차출 선수 모두 소속팀 주축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둬 좋은 기운을 얻고 복귀하길 바랐던 기대는 이미 무너졌다. 오히려 선수들의 심리 위축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차출과 동시에 감수했던 고민도 여전하다. 곁에서 확인하지 못한 선수의 몸 상태를 가늠하기 어렵다. WBC는 예년보다 한 달 가량 빨리 몸을 만드는 일정이라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다. 가뜩이나 이번에는 비활동기간 준수 첫 해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비활동 기간에 자율적으로 몸을 만드는 루틴이 미처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를 치른 게 패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제 실력대로 공을 던지고, 스윙한 한 선수는 많지 않다.
차출 선수가 많거나, 대표팀 주전 선수의 소속 팀은 더 골치가 아프다. KIA는 양현종과 임창용이 모두 아쉬운 투구를 했다. 임창용은 1라운드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을 정도로 실전 투구를 위한 준비가 더뎠다. 주축 타자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됐던 최형우는 백업으로 밀린 뒤 6타석만 나왔다. 한화도 마찬가지. 김태균과 이용규가 탈락이 결정되기 전 2경기에서 모두 부진했다. 이용규는 희생 번트를 수행하지 못해 패배 빌미가 됐다. 김태균도 중심 타선에 나섰지만 대만전 대타 3점 홈런을 치기 전까지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8명이 차출된 두산도 타격이 크다. 제 몫을 해낸 선수도 있다. 하지만 주장 김재호가 네덜란드전에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웃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포착돼 큰 비난을 받았다. 9일 대만전 승리 후 공식 인터뷰에 들어온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매우 위축돼 있었다. 진실이야 어쨌든 국제대회에서 집중적인 비난을 받은 선수는 정규시즌에서 타격을 극복하지 못할 때가 있다. 2014년 아시안게임 때 인터뷰에서 실수를 한 KIA 나지완이 그랬다. 소속팀 주축 외야수로 올라선 박건우는 평가전과 본 대회에서 주로 교체 출전했다.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지만 실전 감각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LG는 대표팀에서 중도하차한 임정우, 대만전에서 2실점 하며 부진한 차우찬의 사기 진작에 신경 써야한다. 대회 전부터 팀을 떠나 있는 선수들을 걱정하던 양상문 LG 감독은 "팀에서 잘 관리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박희수도 유쾌할 리 없다. 신뢰를 받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 수 있다. '롯데 듀오' 이대호와 손아섭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대만전을 앞둔 두 선수는 트레이너에게 햄스트링 등 정상이 아닌 부위를 관리 받았다. 굳은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도 좋은 기억을 남기지 못했다. 장시환(kt)은 대만전에서 7회 말 등판했지만 8-7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했다. 서건창은 타석에선 나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전 10회초, 땅볼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결승점을 헌납했다. 가장 어린 김하성은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성난 비난을 실감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