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악은 영화 만큼 부각되지 않는다. 몇몇의 OST를 제외하면 영화를 부각시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음악이 튀면 영상을 해치기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절제미를 발휘하는 음악이다.
정현수 음악감독은 영화 '백야행'을 시작으로 최근 '4등'까지 음지에서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왔다. 영상을 돋보이는 작업을 계속하다보니 자신의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찾고자했다. 그 연장선에서 생각해낸게 정규 앨범이었다.
정 감독은 지난달 28일 첫 솔로 앨범 '더 컬러 오브 러브'를 발표하고, 절제미를 완벽하게 덜고 하고 싶은 음악을 세상에 알렸다.
성공한 영화감독 이지만 그의 꿈은 아직 다 이루지 않았다. 디즈니를 보고 영화감독 꿈을 키웠다. 이 때문에 음악 감독으로서 최종 목적지는 디즈니였다. '한국인 최초 디즈니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다는 포부를 보인 그였다. 이하 일문일답.
- 음악 감독인데 솔로 앨범을 냈다. 이유가 있나. "OST 작업만 하다보니 예술가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집이 없었다. 내 작품을 만들고 싶어 작업 하게 됐다."
- 어떤 곡들을 담았나. "사실 음악은 알지만 누가 작곡했는지 대부문 모른다. 그래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많이 좋아하셨던 영화 '신세계' '변호인'의 메인 테마을 다른 버전으로 담았다. '돌연변이' '백야행' OST도 담았다. '백야행'은 영화 감독으로서 첫작품이라서 의미가 있고, 좋아하는 곡이어서 오프닝으로 넣었다. '돌연변이'는 기존 작업했던 음악과 다르다. 아코디언이 많이 들어갔다. 집시 느낌이나는 음악이라서 넣었다."
- OST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OST나 영화 속 장면에서는 음악을 절제했다. 영상을 위해서 음악적인 요소를 죽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앨범에서는 기교를 더 부렸다. 음악적인 부분을 부각 시켰다고 보면 된다."
- OST와 이번 앨범과 차이점을 절제라고 봐도 되나. "그렇다. 앨범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화 음악은 많은 수정을 거쳐야한다. 감독·투자사·영화사 등. 곡 쓰는 시간보다 수정하는 시간이 많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바뀌었나. "절제를 벗어나 음악적 표현들을 했다. 그냥 들으면 차이를 못 느끼실 수 있다. '백야행' 땐 바이올린이 선율 연주를 했는데 대사나 느낌 때문에 전면에 드러나면 안 됐다. 그래서 OST에서는 바이올린 음을 한 옥타브 낮춰서 연주했다. 앨범에서는 바이올린 연주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감동 받을 수 있는 음역대로 수정했다. '변호인' 메인 테마도 많이 바뀌었다. 템포도 바꿨다. 영화에서는 희망정인 느낌을 줬다면 앨범에서는 '그동안 고생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담담한 느낌으로 담고 싶어 타악기를 뺐다. '신세계'도 OST에서는 클라리넷이 남성적이고 무거웠다면 이번엔 여성적인 느낌을 담았다."
- 가장 애착 가는 곡이 있다면. "다 애착이 가지만, '신세계'로 상을 많이 받아서 애착이 조금 더 있다. 이번 타이틀곡은 와이프에게 프로포즈할 때 썼던 곡이기도 하다. 결혼식날은 연주를 했고. 프로포즈 당일엔 MP3로 들려줬다."
- 아내의 반응은 어땠나. "물어보진 않았지만 내 생각엔 좋아했던 것 같다. 아내가 경상도 태생에 이공계 출신이라 무뚝뚝하다. 표현이 없다.(웃음)"
- 평소 성격은 어떤가.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혼자 작업식에서 곡만 써서 사람 만날일이 별로 없으니 말 주변도 없다. 요즘에서야 대인 관계를 시작했다. 곡의 성격도 내 성격이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된다. 내가 쓴 곡이라 감성적인 면들이 많이 반영됐다."
- 음악 쓸 때 영감은 언제 받나. "머릿속을 비울 때가 가장 많이 받는다. 오히려 쉴때 생각이 많은 편이다. 머리를 비우고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있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
- 보통 영화 음악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나. "음악은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콘셉 결정이 된다. 우리나라 영화 작업 과정을 보면 후반 작업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다. 영상을 보고 음악을 만들면 늦다. 이미 영화를 찍기 전부터 감독과 충분히 미팅을 하고 '이런 식으로 갈거다'라는 컨셉트를 써 놓는다. 이후 영상이 편집되면 붙이는 식이다."
- 영상을 안 보고 어떻게 만드나. "시나리오에 자세히 나와 있다. 배경이 어떻고 무슨 옷을 입고 있고 등. 시나리오를 보고 그 장면을 상상해서 작업한다. 디테일한 부분은 나중에 영상을 보고 수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큰 그림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나온다. 앨범에 담은 노래들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썼던 곡들이다."
-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점 두는 부분은. "영화 작업 땐 연출 의도를 많이 생각한다. 영화 음악의 목적은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겠금 만들어 줘야하기 때문이다. 처음 작곡가들이 영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잘못 하는 점을 꼽자면 '음악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다. 그래서 항상 뭘 빼면 더 좋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 앨범을 더 내고 싶었는지도 모르다. 절제 없이 마음껏 표현해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