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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579. 대한민국의 봄
어느새 기다리던 봄이 왔다. 꽃샘추위가 반짝 왔지만 3월의 햇살은 겨울과는 완연히 다르다. 그러나 봄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춥고 지쳐있다. 11월부터 대한민국은 미증유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동시에 경제적 위기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은 촛불이 넘실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나온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촛불과 태극기 모두 한국이 잘 되기를 바랐지만 생각은 달랐다. 누가 맞고 틀리고 간에 촛불도, 태극기도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문득 6·25 전쟁 때가 생각난다. 단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다. 보도연맹 사태로 집단 학살을 당하고 전라도 정읍에서도 우익인사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다.
누가 한국을 동방예의지국,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 했던가. 6·25 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까지 쳐들어온 북한군은 인공기를 앞세우며 ‘우리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절규했지만 그 맞은편에는 태극기를 흔들며 국토의 마지막 보루인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순국한 국군들이 있었다. 한반도의 남쪽 땅에 두 개의 조국이 있던 참혹한 시간들이었다.
지난 10일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났다. 탄핵 반대 집회의 항의 시위가 있었지만 주말을 가득 메웠던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은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지난 겨울 우리 국민은 나라를 위해 참으로 열심히 싸웠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촛불을 높이 들며 청와대를 향해 절규했던 시간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또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을 하지 말라고 외치던 목소리도 있었음을 알게 됐을 것이다.
대학로 후암선원을 오가면서 놀랍게도 태극기 집회 때 태극기만 흔들고 있지 않음을 보았다. 누군가는 성조기와 이슬람권 국기까지 갖고 나왔다. 내 눈을 의심하는 순간이었다. 대체 성조기와 이슬람권 국기가 우리의 태극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아무리 6·25 전쟁 전후로 미국이 대한민국을 도와줬다고 하지만 구한말 미국은 고종을 배신하고 일본에게 조선의 통치권을 넘겨줬다. 당시 고종은 미국을 유일한 우방으로 생각하고 대한제국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려를 미국에게 베풀었건만 미국은 조선이 아닌 일본을 선택했다. 그랬기에 조선은 36년 동안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고 전쟁이 일어났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태극기 집회에서 성조기를 흔들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의 태극기는 목숨을 바쳐 지켜낸 국기이다. 과거 부친께서 조국광복을 위해 유격전을 벌이실 때도 전우 15명이 손가락을 깨물어 태극기 위에 혈서를 썼다. 우리는 상해임시정부에 걸려있던 태극기를, 만주 벌판을 달리던 독립군의 숭고한 정신을, 1919년 3월 1일 일제의 총칼 앞에 아무런 무기 없이 태극기 하나만을 양손에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던 온 국민의 뜨거운 함성을 함께 한 태극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때이다. 하루빨리 추락한 국가 이미지를 바로 세워야 대한민국에 진정한 봄이 올 것이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