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출전한 팀이 1라운드에서 한국과 대만이라는 동아시아의 야구 강국을 눌렀다. 쟁쟁한 메이저리거들을 자랑하는 네덜란드마저 꺾고 서울라운드의 3전 전승 챔피언이 됐다. 돌풍은 2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12일 열린 2라운드 E조 첫 경기에선 세계 아마추어 야구 전통의 왕자 쿠바마저 4-1로 완파했다. 이스라엘은 이제 세계 야구 언론이 가장 주목하는 대상이 됐다.
이스라엘을 주목하는 이들은 또 있다. 일본 야구계의 스카우트들이다. 물론 관심이 곧 영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KBO 리그와 마찬가지로 일본 프로 구단들도 이미 2017년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하지만 ‘장바구니’에는 추가할 수 있다. 계약 여부를 떠나 '선수 관찰'이 주 임무이자 일상인 그들의 시각이 궁금했다. 13일 도쿄돔에서 일본 스카우트들이 바라본 이스라엘 선수들의 실력과 일본 야구에서 활약할 경우의 기대치를 물어봤다.
독립리그인 베이스볼챌린지리그의 한 스카우트는 "선수들 간 실력에 갭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스라엘 선수단은 전직 빅리거부터 마이너리거, 미국 독립리그 선수에 무소속 선수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어 "대회에서 보여 준 것으로만 판단하자면 확실히 독립리그에서는 통한다”고 했다. '눈여겨본 선수가 있나'라는 질문에는 "두 부류가 있다"고 귀띔했다. 한 부류는 전직 빅리거다. 독립리그의 흥행을 위한 이슈 만들기 차원이다. 다른 부류는 유망주다. 그는 "젊은 선수들을 우리가 키운다면 일본프로야구(NPB)에 스카우트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후지카와 큐지는 빅리그에서 복귀한 이후 독립리그에서 반년을 보낸 뒤 옛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일본 독립리그에는 '전직 메이저리거' 영입으로 비즈니스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리턴한 후지카와 큐지가 선택한 구단은 옛 소속팀 한신 타이거스가 아니었다. 자신의 고향에 있는 시코쿠아일랜드리그 소속 고치 파이팅독스였다. 기타고미 린타로 고치 구단주는 지난해 필자에게 "선수도 부담스럽지 않고, 우리 입장에서도 이슈를 위한 계산이 맞았다"고 말했다. 후지카와는 2015년 하반기를 고치에서 보낸 뒤 한신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알렉스 마에스트리도 2012년 상반기에 시코쿠리그의 가가와 올리브가이너스에서 활약하다 NPB 구단인 오릭스 버팔로스로 ‘픽업’됐다. 마에스트리는 2006년과 2009년 WBC에 참가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더블 A까지 올랐던 그는 WBC 경력을 앞세워 호주, 이탈리아, 일본 그리고 한국 등 세계 각지 리그에서 활약했다. 마에스트리는 2017년 WBC에서도 이탈리아 대표팀 투수로 활약 중이다. 가가와 입단은 그가 일본 진출을 직접 타진한 끝에 성사됐다.
또 다른 독립리그 스카우트는 KBO 리그 출신 선수를 영입한 적이 있다. 그는 "독립리그에 노크하는 한국 선수보다 투수 쪽은 기량이 낫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 이스라엘 선수들과 접촉한 독립리그 구단이 있다"고 귀띔했다. 일이 잘 풀린다면 2021년 이스라엘 WBC 대표팀에는 일본 구단 소속 선수가 나올지도 모른다.
독립리그보다 상위인 NPB 구단의 입장은 어떨까. KBO 리그와는 달리 NPB에서 외국인 선수 보유는 무제한이다. 1군 등록 선수만 네 명으로 제한이 걸려 있다. KBO 리그보다 외국인 선수 구성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육성형 외국인 선수'도 가능하다. 한국 돈 3000만~4000만원을 받고 뛰는 외국인 선수도 있다.
퍼시픽리그 한 구단의 스카우트는 이스라엘 선수들의 기량에 대해 "솔직히 애매하다”고 했다. 수준 차이일까. 다시 물으니 그는 "타자 쪽은 NPB에서 어필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어 "외국인 야수라면 파워가 좋거나 수비에 특별한 강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파워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소 의외다. 이스라엘 대표팀에는 힘 있는 타자들이 있다. 하지만 NPB에서 만족할 만한 홈런이나 장타 숫자를 생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타자 쪽은 '관심 없음'이다. .
하지만 투수 쪽을 말할 땐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구위를 봤을 때 풀타임은 어렵지만 1~2군을 오가며 구원으로 뛸 만한 투수들은 있다"고 인정했다. KBO 리그와는 달리 NPB 구단은 외국인 투수를 선발로만 기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센트럴리그 홀드 2위(37개)를 기록한 제이 잭슨(히로시마 도요 카프),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셋업맨 로베르토 수아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센트럴리그의 한 스카우트는 "1군 외국인 투수들이 컨디션 난조일 때, 올라와 메울 실력은 있다"는 평가를 했다. 구단에서 보유할 가치는 있다는 뉘앙스다. 특히 이스라엘 대표팀에서 마무리로 활약 중인 조시 자이드에 대해선 "지금의 구위를 유지한다면, 풀타임 셋업맨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직접 이름을 거론했다. 자이드는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외국인 선수로 계약할 만한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카우트 네 명의 의견을 종합하면, 독립리그는 '두 팔 벌려 환영', NPB 구단은 '당장 1군 등록은 어려워도 계약할 가치는 있음'이다. NPB에서 확실한 1군 멤버는 드물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결국 이스라엘 대표팀의 객관적인 전력은 NPB 1군의 한 구단에도 상당히 못 미친다는 평가로 볼 수 있다. 이런 팀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게 단기전이고, WBC다. WBC의 승리와 패배는 환호와 비분강개에 앞서 보다 '즐길' 가치가 있다. 이런 게 야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