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지역 언론인 트윈스 데일리는 14일(한국시간) 박병호에 대해 "케니스 바르가스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사이 박병호가 타석에서 기회를 쌓을 수 있는 이점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포지션 경쟁자 바르가스는 푸에르토리코 WBC 대표팀 소속으로 차출돼 지난 6일부터 미네소타의 시범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박병호는 폴 몰리터 감독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시범 경기 성적이 인상적이다. 14일까지 9경기에 출전한 박병호는 타율 0.409(22타수 9안타)·3홈런·6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0.481)과 장타율(0.909)의 합인 OPS가 무려 1.391이다. 팀 내에서 홈런과 최다 안타 1위에 올라 있고, 타점은 두 번째로 많다. 공격 전 부문에서 고른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2일 피츠버그전(3타수 무안타)을 제외하면 출전한 8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 내며 '꾸준함'까지 과시하고 있다.
팀 성적과 대조를 이루면서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미네소타는 시범 경기 팀 타율이 0.257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1위에 불과하다. 바이런 벅스턴(타율 0.273), 미겔 사노(타율 0.273), 제이슨 카스트로(타율 0.200) 등 주축 선수 대부분 부진하다. 지난해 17홈런을 때려 냈던 신예 맥스 케플러는 시범 경기 8경기에 출장해 단 하나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타율도 0.125(24타수 3안타)로 낮다. 바르가스도 WBC 참가 전 시범 경기 타율이 0.077(13타수 1안타)에 불과했다.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네소타는 주전 1루수와 지명타자를 조 마우어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백업 한 자리를 놓고 박병호와 바르가스가 경쟁 중이다. 미네소타는 시범 경기에 앞서 박병호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며 바르가스에게 힘을 실어 줬다. 박병호는 논-로스터 초청 자격으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는 중이다. 스프링캠프 중 마이너리그로 언제든지 내려갈 수 있는 불안한 신분이다. 개막전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할 게 유력했다.
그러나 시범 경기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몰리터 감독은 이날 트윈스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라이크에서 나오는 스윙이 마음에 든다. 타석에서 차분해졌고, 신뢰가 느껴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전문가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바르가스가 빠져 있는 건)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록이 잘 나오고 있고, 차이가 확연하다. 지난해는 타석에서 쫓기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번 시범 경기에서는 여유가 생겼고, 선구안도 확 달라졌다. 필라델피아전(3월 4일)에서는 제레미 헬릭슨의 절묘한 몸 쪽 체인지업을 골라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경기에서 빼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