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잠재력을 드러낸 그는, 다음해 개막 4경기 만에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맞아 왼 정강이 분쇄 골절상을 당했다. 주전 도약 목전에서 주춤한 게 사실이다. 원래 투지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던 성향이었지만 이후 더 조심스러웠다. 해가 바뀔 때 즈음 "이제 한 살 더 먹었으니 자리를 잡긴 해야한다"는 말을 전하는 정도.
2017시즌 롯데의 경합 포지션은 3루다.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났고 이대호의 컴백, 내야수 외인 타자 영입으로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주전 1루수 김상호, 2루수 정훈이 3루로 집결했다. 오승택에게 무혈입성은 없었다. 조원우 감독은 시범경기 개막부터 이들을 차례로 선발로 기용했다.
현재까지 공·수에서 두루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는 단연 오승택이다. 16일 두산전에서 선발 출장해 2루타 포함 2안타를 기록했다. 17일엔 교체 출전해 2-4로 뒤진 6회 말 1사 2루에서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7회 만루에서도 안타를 치며 4타점을 올렸다. 수비도 나아졌다는 평가. 송구와 풋워크 모두 안정감이 생겼다.
표본은 고작 4경기. 하지만 돋보인 건 사실이다. 오승택은 여전히 담담하다. 설령 기회를 먼저 얻어도 지키는 게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자만하지 않는다.
막연히 다짐만 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타인이 공감할 수 없을지라도 자신에겐 큰 변화를 시도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그는 이미 지난 시즌을 준비할 때도 '심리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당시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습관에 매진했다. 강민호, 황재균 등 선배들의 장점을 배우려 했다.
올해는 차이가 있다. 예민한 관리는 지양한다. 대표적인 게 체중이다. 큰 키(186cm)에 비해 마른 편이다. 증량은 매 겨울 숙제였다. 밥마다 라면을 먹고, 틈만 나면 체중계에 올라갔다. 하지만 올해는 캠프가 끝날 무렵에나 확인했다. 그는 "너무 예민하게 생각허가나 연연하지는 않기로 했다.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며 웃었다.
정리정돈도 적당히 한다. 오승택은 "나한테는 정말 큰 변화다"고 했다. 그는 매우 깔끔한 편이다. 자신이 "유난하다"고 할 정도. 과거 롯데 소속 선수이자 오승택의 룸메이트던 투수 심규범은 혀를 내두른다. 일종의 강박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이런 성향도 벗어나려한다. 그는 "좀 지저분해 질까보다. 캠프 룸메이트였던 (강)민호 형도 '너 너무 그러면 큰 선수가 못 된다'며 농담하더라. 무던할 필요도 있다는 말 같다. 쉽진 않았다.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조금씩 변해보려 한다"며 변화 의지를 전했다.
사람은 문제 의식을 절감했을 때 변화를 모색한다.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고 실천에 옮겨서 갈등 원인을 해결한다. 하지만 항상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진 못한다. 쉽게 해결되는 일은 드물다. 관성을 외면한다고, 항상 진취적인 사람이 될 수도 없다. 때로는 시도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려는 의지도 보인다.
오승택도 이런 변화로 프로 선수로서 당연히 당면하는 부담들을 모두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현재 3루 경쟁, 한 경기 결과에 연연하던 모습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