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파괴왕'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이 결정적인 순간 폭발했다.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하는 미국이 준결승 무대에 안착했다.
스탠튼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하며 6-3 승리를 이끌었다. 하위타선(8번·지명타자)에 배치됐지만 존재감은 중심타자 그 이상이었다. 미국은 스탠튼의 활약에 힘입어 가까스로 준결승전에 올랐다.
기선을 제압한 건 도미니카공화국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0-0으로 맞선 1회 1사 후 매니 마차도가 수비 실책으로 출루한 후 로빈슨 카노의 2루타와 카를로스 산타나의 적시타를 묶어 2-0으로 앞서갔다. 미국은 3회 반격을 시작했다. 출발은 스탠튼의 출루였다.
선두타자로 나온 스탠튼은 도미니카공화국 선발투수 어빈 산타나의 6구째 85마일(137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안타로 연결했다. 이후 미국은 조나단 루크로이의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었고, 이안 킨슬러의 내야 땅볼 때 스탠튼이 득점했다. 2사 후에는 크리스티안 옐리치의 2루타 때 킨슬러가 홈을 밟아 동점에 성공했다.
달아오른 타선에 또 한 번 불을 붙인 건 이번에도 스탠튼이었다. 스탠튼은 2-2로 맞선 4회 2사 1루에서 좌측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때려냈다. 산타나의 초구 92마일(148km)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펫코파크 외야 3층에 꽂았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비거리 424피트(129.2m). 역전에 성공한 미국은 선발투수 대니 더피(캔자스시티·4이닝 6피안타 2실점)가 강판된 후 불펜을 총동원(4명)하며 리드를 지켜냈다. 4-3으로 앞선 8회 나온 앤드류 매커친(피츠버그)의 2타점 2루타가 쐐기타였다.
반전 드라마다. 스탠튼은 이날 경기 전까지 WBC에서 타율 1할에 머물렀다. 10타수 1안타. 장기인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하면서 장타율이 0.200 밖에 되지 않았다. 2010년 데뷔부터 7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파워히터라는 걸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스탠튼은 지난해 비거리 490피트(149.4m) 이상 홈런을 때려낸 리그 유일의 타자. 평균 홈런 비거리가 423피트(128.9m)였다. 리그 평균 400피트(121.9m)보다 7m가 더 길었다. 하지만 침묵을 거듭해 제 역할을 못했다. 특유의 '장거리 홈런'이 나오지 않으면서 무색무취한 타자로 전락했다. 그러나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불린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드라마틱한 결과였다.
반면 지난 대회 우승팀 도미니카공화국은 2라운드에서 탈락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은 22일 일본과 준결승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