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37)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전력분석관의 별명은 '차미네이터' 입니다. 현역시절 강인한 체력과 넘치는 힘을 자랑했던 그는 일단 그라운드에만 서면 불도저처럼 돌진하곤 했습니다. 한때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건전지 광고 문구처럼 축구선수 차두리는 '백만 스물 한 바퀴, 백만 스물 두 바퀴'를 뛰어도 지친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해 그가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전력분석관으로 임명됐을 때 사람들은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을 대신해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형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다"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습니다.
물론,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대표팀과 함께 훈련을 할 때마다 단순히 분석관의 본분을 하는데만 그치지 않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뛰고 구르고 공을 차며 함께 호흡하고 끊임없이 격려를 하죠. 20일 중국 후난성의 성도 창사 허난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표팀의 첫 공식 훈련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운동장에서 기합 소리가 가장 큰 사람이 바로 차두리 전력분석관이더군요. 선수들은 그런 형이자 선배, 전력분석관을 보면서 뒤질새라 더 땀을 쏟아내고요.
그러나 이곳 창사에서는 차두리 전력분석관의 '학구적'인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선수단이 숙소에서 훈련장으로 이동하기위해 잠시 기다리는 사이, 벤치에서 선수들의훈련을 체크하는 틈틈이 수첩을 꺼내 읽을 때 인데요. 도대체 무엇이 적혀있는가 싶어서 옆에서 살짝 들여다 본 손바닥만한 수첩 속에는 깨알만한 글씨가 빼곡했습니다. 그날 미팅에서 공유한 내용과 당일 그라운드에서 소화할 훈련 내용, 선수들에 관한 정보 등이 담겨있는 듯 했습니다.
'일급기밀'이라도 들어있는 걸까요. 아니면 '차미네이터'의 이미지와 먼 모습을 보여주기 쑥스러웠던 걸까요. 취재진이 곁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곁눈질을 하자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수첩을 슬며시 접어 주머니에 찔러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