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관계자는 기아자동차 측에 전화를 걸은 적이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최형우의 4년 100억원 계약을 거론했다. 100억원을 쓸 수 있다면 30억원은 작은 돈이 아니냐는 얘기였다. 기아차는 광주 연고인 KIA 타이거즈의 모기업이다.
문제의 ‘30억원’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산출된 금액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1년 기아차로부터 30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신설 야구장(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의 25년(2014~2039년) 운영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약 1000억원인 야구장 건립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2013년 1월 감사원에서 이 업무처리가 부적정하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완공되지 않은 구장의 사용 허가는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 위반이며, 기아차에 비용을 부담하게 해 비용 적정회수기간 산정을 한 것도 문제가 됐다. 감사원은 2013년 한국감정원 평가와 광주시의 2011년 야구장 건설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 선납액’은 454억원, 또는 756억원이라고 추정했다.
감사 결과가 발표된 뒤 광주 지역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유재산 운영권을 대기업에 ‘헐값’에 제공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결국 광주시와 기아차는 ‘야구장 운영 손익평가위원회’ 를 열어 운영권 가치를 재산정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광주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야구장 재협약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총 4차례 열린 ‘야구장 운영 손익평가위원회’ 회의에서 광주시는 25년간 23억원 흑자, 기아차는 182억원 적자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TF에서는 기아차가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평가위원장이 TF 회의에 참석해 기아차가 30억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광주시에 제공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30억원’은 이렇게 나온 금액이다.
광주시가 평가한 25년 운영수익이 감사원에서 지적한 금액보다 훨씬 작은 23억원이다.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을 뒤집어 놓은 '특혜'는 실상 매우 초라했다. 한 스포츠경영학자는 "25년 동안 756억 수익이 발생한다는 2011년 광주시의 평가는 행정자치부 투·융자 심사를 위해 작성됐다. 장밋빛 예상이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평가위원회에서 광주시는 시설투자비 51억원 중 8억8000만원만 인정하는 등 운영비용을 줄였다. 인정되지 않은 야구장 운영비용은 고스란히 야구단 운영비용이 된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산정한 23억원은 300억원이 선납된 상태에서 25년 간 발생하는 흑자다. 그렇다면 야구장 운영으로 얻는 총 수익은 323억원이다. 평가위원회의 절충안 30억원을 기아차가 받아들인다면 총 납부액은 330억원이 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광주시의 계산을 받아들이더라도 프로야구단은 야구장 운영으로 한 푼도 벌어서는 안 되고, 적자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구단과 모기업은 야구장 외에 야구단 운영비로도 큰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TF는 '기아차가 특혜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윤장현 광주 시장이 직접 기아차와 협상하라는 의견을 광주시에 전달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래서 광주시의 눈엔 작게 보일 수 있는 30억원은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 된다. 기아차가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프로야구단은 구장 운영으로 수익을 내선 안 된다'는 전례가 생긴다. 그리고 기아차 입장에선 존재하지 않았던 '특혜'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 20일 기아차 측과 만남을 가졌으나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아직 진전된 내용이 없다. 몇 차례 더 설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현재 25년 계약이 계속 유지된다"고 밝혔다.
애초 감사원이 광주시에 요구한 조치는 "앞으로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이었다. 기아차에 300억원과 25년 운영권을 제안한 쪽도 광주시였다. 특혜 논란을 키운 '25년 수익 756억원' 평가를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주체도 광주시였다. '새 야구장 건설'은 오랫동안 광주 시장 선거의 단골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입장이 극명하게 다른 시민단체와 기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절충에 급급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