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을 소재로 한 영화 한 편이 제작에 들어간다. 대중들의 반응은 물론, 영화계의 반응도 썩 좋지 않다.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 된 사안이 아닌데다가 어떤 사건보다 진중하게 다뤄야 할 소재를 B·C급 코미디로 풀어낸다는 것에 반감이 높다.
신재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영화 '게이트(신재호 감독)'는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든 일련의 사건들을 모티브로 했으며, 사회적인 풍자와 함께 코미디 섞인 소시민의 인간적인 삶의 단면을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로 설명된다. 주연배우는 임창정·정려원을 필두로 이경영·정상훈·이문식·정경순·선우은숙이 의기투합한다.
임창정은 자타공인 최고의 엘리트로 촉망 받던 검사였지만 의문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 정진으로 분한다. 정려원은 계약직 생활을 전전하며 어렵게 얻은 직장도 잃고 청년실업자가 된 소은을 연기한다.
이경영은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소은의 아빠 장춘 역, 정상훈은 소은 집안의 빚을 볼모로 성매매, 사채대부업, 알선 등의 온갖 나쁜 짓을 일삼으며 비선실세의 수하에 기생해 소시민을 괴롭히는 민욱 역, 정경순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강남아줌마 애리 역, 이문식은 뼛속까지 도둑인 철수 역, 선우은숙은 옥자 역할을 맡는다.
"모 아니면 도"…위험한 승부수
'게이트' 영화화가 공식화 된 후 포털사이트 댓글은 물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난색을 표하는 반응이 상당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감독과 주연 배우들에 대한 신뢰가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최순실 게이트' 소재를 당장 영화화 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티즌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인데 왜 벌써 건드리지. 자중해야 할 때 아닌가' '제대로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기억상실에 코미디…진짜 코미디다' '언젠가는 영화화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지' '감독과 배우들은 이 소재가 장난으로 느껴지나 봅니다' 등 부정적 속내를 쏟아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창작자 입장에서는 탐날만한 소재이긴 하지만 알려진 정보만 본다면 굉장히 섣부른 판단이고 위험한 승부수다. 풍자와 패러디가 넘쳐 난다고 해도 영화화는 또 다른 문제다.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는 소재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영화가 개봉할 즈음엔 사건이 마무리 됐을 수 있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 소재를 누가 먼저 채가냐는 것 보다 얼만큼 완성도 있고 심도깊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론 '난 이 소재로 이런 스토리가 떠올랐어'라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쉽게 평가할 수 없지만 걱정되는 지점은 있다"고 귀띔했다.
감독 '신동엽→신재호' 개명, 이미지 바꿀까
명확한 이유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게이트' 메가폰을 잡은 신재호 감독은 최근 신동엽에서 신재호로 개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동엽 감독이 자신을 둘러싼 선입견을 떼어 내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신동엽 감독 작품이라고 하면 B급·C급 느낌이 강하다. 이는 그간 선보인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 수치에 따라 굳어진 이미지다.
신동엽 감독 전작을 살펴보면 '내 사랑 싸가지(2004)'가 누적관객수 29만6125 명을 기록했고, '웨딩스캔들(2012)' 2만1295 명, '응징자(2013)' 19만2347명, '치외법권(2015)' 34만6483 명, '대결(2016)' 3만2278명을 나타내고 있다. 결코 좋은 성적표가 아니다.
또 이를 의식한 듯 신동엽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하고 싶은 작품은 무조건 찍어 스크린에 건다. 그래서 관객과 만난다'가 내 삶의 모토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일단 노이즈 마케팅은 성공적이다. 세간의 눈초리가 어떻든 '게이트' 영화 제작은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게이트'는 4월 말 서울근교에서 첫 촬영을 시작, 약 2~3개월간 진행한 후 추석시즌 개봉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