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을 추억하는 팬들은 곧 '바람의 손자'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넥센 이정후 얘기다.
이정후는 넥센에 2017년 1차 지명 신인으로 입단했다. 이 위원은 1993년 KIA의 전신 해태에 1차 지명돼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부자가 모두 프로팀의 1차 지명을 받은 이색 기록을 남겼다. 게다가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남다른 타격 재능을 뽐내면서 아버지의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또 다른 새 역사를 쓸 수 있는 기대주다.
KBO리그 최초의 부자 프로야구 선수는 윤동균과 윤준호 부자였다. 이해창과 이준, 김호인과 김용우 부자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가족은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과 LG 유원상-kt 유민상 형제다. 빙그레에서 공격형 포수로 활약했던 유 감독은 2003년부터 2년간 한화 감독을 역임했다. 장남 유원상은 2006년 한화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했고, LG에서 주축 투수로 성장했다. 차남 유민상은 두산에 입단했다가 지난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뒤 주전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두 아들은 아직 1군 경기 맞대결 기록이 없다. 현역 시절 '해태 왕조'의 주역이었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의 아들 이성곤도 두산 소속 프로야구 선수다. 2014년 입단해 기량을 갈고 닦았고, 지난 2년간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올스타에 선정됐고, 북부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 투수인 송진우 KBSN스포츠 해설위원의 두 아들 역시 모두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장남 송우석은 2013년 한화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고, 차남 송우현은 2015년 넥센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정인교 전 롯데 코치의 아들인 정의윤은 LG에서 SK로 이적한 뒤 홈런을 뻥뻥 때려내며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보기 드물게 '아버지를 능가한 아들'의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생겼다. 두산 박철우 타격 코치의 아들 박세혁은 같은 팀에서 백업 포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양의지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을 때 "박 코치님께 '세혁이 집에서 밥 좀 잘 챙겨 먹여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웃기도 했다.
고 유두열 전 롯데 코치의 아들은 넥센 외야수 유재신이다. 유 코치는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려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전설의 스타였다. 지난해 9월 신장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유재신이 2014년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덕분에 처음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값진 기록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