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작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7년 만에 역성장하고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판매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앞다퉈 가격 인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조, 최대 400만원까지 인하 26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푸조는 중대형 세단 '뉴 푸조 508'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판매가격을 최소 200만원부터 최대 400만원까지 인하했다.
해당 모델은 푸조 508 GT 2.0, 508 알뤼르 1.6, GT 라인 1.6, 그리고 508 펠린 2.0까지 총 4종이다.
508 GT 2.0은 기존 4990만원에서 400만원 인하한 4590만원, 508 알뤼르 1.6은 기존 4340만원에서 350만원 인하한 3990만원, 508 GT 라인 1.6은 4540만원에서 250만원 인하한 4290만원, 그리고 508 펠린 2.0은 4740만원에서 250만원 인하한 4490만원에 각각 판매된다. 앞서 시트로엥도 이달부터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C4 칵투스' 일부 트림의 가격을 내렸다. 가격 인하 대상 모델은 C4 칵투스 샤인과 필 트림으로 각각 200만원씩 인하해 부가세 포함 2690만원, 2490만원으로 판매한다. 차량에 탑재된 옵션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푸조·시트로엥 수입사인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이 수입차의 가격에 대한 불만이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로모션보다는 가격 인하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규어 코리아도 지난 8일부터 스포츠 세단 '재규어 XF'의 가격을 최대 300만원까지 인하했다. 주력 6개 트림에 적용된 인하가격은 2.0 인제니움 디젤 및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포트폴리오 3개 트림에 300만원, 프레스티지 3개 트림에 280만원이다.
여기에는 5년 동안 필요 소모품을 교체해주는 ‘5년 서비스 플랜 패키지’가 기본 포함된다. 또한 3월 한 달간 재규어 세단 라인업(XE, XF, XJ)을 구매하는 고객 대상에게는 36개월 무이자 혜택과 함께 초기 12개월 리스료를 전액 지원하는 금융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밖에 인피니티 코리아도 플래그십 세단 Q70 스타일 트림 구매 고객에게는 이달 90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해 4860만원에 판매 중이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매월 판촉조건 변경으로 비공식 할인 정책을 고수해 왔던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공식적인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며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일부 모델 인증 취소로 판매에 제동이 걸린 지금이 최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가격 인하 바람
일부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도 신차의 가격 인하·동결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지엠은 최근 '고가 논란'이 일었던 신형 크루즈 가격을 최대 200만원 인하했다. 이에 따라 신형 크루즈의 판매가격은 기존 1890만~2478만원에서 1690만~2349만원으로 내려갔다.
앞서 신형 크루즈는 출시 초기부터 동급 경쟁 차종(현대차 아반떼)보다 최대 400만원이나 비싸게 책정해 논란이 일었다. 이번 가격 인하는 공격적으로 시장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게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현대자동차는 부분변경을 거친 중형 세단 '쏘나타 뉴 라이즈'를 출시하면서 디자인을 대폭 변경하는 등 상품성 개선에도 가격은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하했다. 쏘나타 뉴 라이즈 2.0 가솔린 모델은 2세대 6단 자동변속기, 고성능 에어컨 필터 등을 추가했지만, 스타일 트림(2255만원)과 스마트 트림(2545만원)의 가격을 기존 모델과 동일하게 책정했다. 또 2.0 가솔린 최고급 트림인 프리미엄 스페셜의 가격은 2933만원으로 기존 모델보다 22만원 인하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위축될수록 소비자는 신차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도 신차 시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체 간 가격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