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가 한화의 2017시즌 시작을 연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안정을 택했다.
김성근 감독은 27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를 공개했다. 그가 "42번"이라고 밝힌 개막전 선발 투수는 비야누에바였다. 그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개막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이미 일주일 전에 (개막전 선발 투수를) 정했다"고 밝힌 김 감독은 "비야누에바와 오간도, 둘 모두에게 로테이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다들 오간도가 먼저 나갈 줄 알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 투수를 밝힌 건 한화 사령탑 부임 후 처음이다. 그는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 투수를 밝히지 않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없었다. 외국인 투수는 늦게 합류하거나 기량 미달이었고, 국내 투수진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 등판이 불투명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빅리그 커리어를 자랑하는 알렉시 오간도와 비야누에바가 2월이 지나기 전에 영입됐다. 둘은 올 시즌 원·투 펀치를 맡을 예정이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투구 스타일이 정반대다. 오간도는 시속 150㎞ 중반의 강속구와 140㎞ 중반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고 있다. 투 피치 유형으로 구종이 단조롭다. 제구가 흔들릴 경우 집중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두산 타선이 오간도를 상대한 경험이 있는 것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오간도는 지난 8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두산과 평가전에 선발 등판했는데, 4이닝 동안 8피안타 2실점으로 고전했다.
반면 비야누에바는 140㎞ 초중반의 직구와 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제구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리허설'은 합격을 받았다. 비야누에바는 이번 시범 3경기에 등판해 11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은 비야누에바의 투구를 지켜본 뒤 "쉽게 무너지지 않을 투수"라고 했다. 두산 타선은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는다. 힘보다 안정적인 제구력을 통한 타이밍 싸움으로 두산 타선을 상대하려는 김 감독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김 감독이 '패'를 공개한 건 징크스를 깨트리기 위함이다. 한화는 2015년 미치 탈보트, 2016년 송은범이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했지만, 모두 패배를 당했다. 2년 연속 연장 접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공교롭게 점수도 4-5로 똑같았다. 김 감독은 징크스에 민감하기로 유명하다. 개막전 선발을 미리 공개해 징크스를 깨트리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김 감독은 "2년 동안 선발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0.2% 부족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