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0)이 '7%확률'을 뚫고 2017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다. 원동력은 무엇일까.
류현진은 28일(한국 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5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총 77개의 공을 던졌고, 볼넷은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직구와 체인지업·커브를 섞어 던지며 삼진은 4개를 뽑아냈다. 류현진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14이닝을 던지며 건강한 투구를 했다. 홈런 2방을 허용한 걸 제외하곤 흠 잡을 것이 없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알렸다. 그는 "류현진은 5명의 선발 투수 중 1명"이라며 "변화구가 날카롭진 않았지만, 투구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류현진이 건강하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ㅡ공식사이트(MLB.com)의 다저스를 전담하는 켄 거닉 기자와 인터뷰에서 "캠프를 처음 시작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 더 건강하다"라며 "5일 간격의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지난 2015년 5월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았다. 어깨 수술은 투수에게 치명적이다. 건강하게 마운드로 돌아올 확률이 낮다. 메이저리그 데이터에 따르면 류현진이 받은 어깨 관절와순 수술의 복귀율은 7% 정도에 불과하다. 100명의 투수가 수술을 받으면 90명 이상이 그라운드에 정상 복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류현진의 재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7%의 확률을 뚫고 복귀에 성공했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투구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8승을 따낸 2013~2014시즌 못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92마일(148㎞)까지 기록했고, 주무기 체인지업의 제구력은 전성기를 재현했다. 몸 상태에 대한 믿음이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선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공을 뿌리는 모습이 좋았을 시절과 비슷하다. 확실히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10%가 채 되지 않는 복귀 확률을 뚫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통증에 민감한 류현진의 평소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 자신의 몸에서 작은 통증이나 이상이 발견되면 투구를 멈췄다. 한대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 견갑골에 통증을 느껴 1~2군을 오간 바 있다. 당시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은 몸 상태에 민감하다. 트레이너가 '던질 수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본인이 휴식을 원한다"고 말했다.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은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류현진은 몸 상태에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트레이너와 상의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한화 시절 류현진의 몸 관리를 맡았던 조대현 NC 트레이너는 28일 통화에서 "류현진은 자신의 몸 상태에 매우 민감했다"며 "고교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은 탓에 통증에 민감했던 것 같다. 이상함을 느끼면 곧바로 이야기를 했다. 보통 6경기 등판까지 문제가 없다가 7번째 경기 등판 때 몸 상태가 조금 좋지 않았다. 본인이 알아서 관리를 했고, 페이스를 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깨 수술의 복귀 확률이 낮다고 하지만, 부상 초기에 발견하면 가능성은 높아지지 않겠나. 류현진의 성격을 감안하면 부상이 크게 심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건강하게 돌아와서 기쁘고 반갑다"고 덧붙였다.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성공한 류현진은 내달 2일 LA 에인절스와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을 통해 최종 리허설을 갖는다. 4~5선발을 맡게 됨에 따라 류현진의 빅리그 복귀전은 4월7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선발이라면 7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전이 복귀전이 되며, 5선발로 빠지면 8일 콜로라도 원정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