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은 이번 시범 경기에 세 차례 등판했지만, 부진을 면치 못했다. 3경기에서 9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고, 22안타를 맞고 17점을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16.39에 달한다. 직구와 변화구 제구가 모두 높았다. 홈런 네 방을 허용하는 등 한복판에 몰린 실투는 상대 타자의 먹잇감이 됐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태양의 공이 전반적으로 높다.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015년 4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이태양은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복귀했다. 그는 지난 시즌 후반기 17경기에서 5승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이태양을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뒤를 잇는 3선발 자원으로 낙점했다. 그러나 이태양은 시범 경기에서 부진한 투구를 했고, 3선발 자리는 베테랑 배영수의 차지가 됐다.
이태양은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이태양이 장민재·심수창처럼 선발·불펜 겸업을 소화할 수 있는 유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발 요원으로 성장했고, 김응용 감독 재임 시절이던 지난 2014년 풀타임 선발 경험도 있다. 선발 자리를 뺏길 경우 1군 엔트리 존재 자체가 힘들어진다. 김 감독은 이태양의 활용에 고심하고 있지만, 선발이 아니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배영수와 장민재·송은범 등 우완 자원이 시범 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펼친 것도 이태양에겐 악재가 됐다.
이태양과 함께 선발 자원으로 분류된 윤규진은 시범 경기에서 두 번 등판해 7이닝을 던지며 11피안타 5실점 평균자책점 6.43을 기록했다. 성적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시속 140㎞ 중반대의 직구를 뿌리며 구위와 제구는 합격점을 받았다. 반면 이태양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0㎞ 초반에 머물러 있다. 변화구 제구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다. 김 감독은 "이태양의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 무너져 있다"고 평가했다.
한화는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배영수 세 명의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확정했다. 윤규진은 정상 페이스를 회복한다면 4선발 진입이 유력하다. 남은 건 이태양뿐이다. 선발진 완성의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김 감독은 이태양의 페이스 정상화가 더딜 경우 불펜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태양은 "스프링캠프에서 투구 밸런스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시범 경기에 들어와서 갑자기 흔들리고 있다. 객관적인 숫자가 좋지 않기 때문에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의 부진이 시즌 때 약이 될 거다. 몸 상태는 좋다. 심리적인 문제가 큰 것 같다. 일단 구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