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로 예단할 순 없다. 하지만 이대호(32·롯데) 효과는 예상을 웃돌았다. 후속 타자와의 시너지는 NC전 719일 만에 5점 차 이상 대승을 이끌었다.
롯데는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개막 3연전에서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기록하며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1차전에서는 5-6로 패했지만,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고, 3차전에서는 12-4로 대승을 거뒀다. 지난해 NC전 3차전부터 내리 14연패를 당했고, 그 여파가 개막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달라진 경기력으로 연승을 거뒀다.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중심에 이대호가 있었다. 이대호는 3연전 동안 10타수 5안타 2타점 3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롯데의 팀 첫 안타, 타점, 홈런도 그의 몫이었다. 타석에서의 위압감이 남달랐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치며 더욱 완숙한 기량을 보여줬다. 특히 콘택트 위주의 타격이 돋였다. 조원우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이대호는 야구를 아는 선수다. 상황에 맞는 스윙을 한다"고 했다. 이대호도 "홈런 스윙은 지양한다. 출루가 우선이다"고 했다. 그런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홈런을 양산했다.
중량감이 있는 4번 타자가 자리하며 뒤에 오는 타자들도 좋은 영향을 받았다. 조원우 감독 이미 시범경기부터 이대호-최준석-강민호로 이어지는 '거포 라인' 구성을 내세웠다. 기동력 저하를 감수했다. 이대호를 어렵게 승부를 겨루면 뒤에 있는 타자들은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저하된 상태의 투수를 상대할 수 있다. 이대호를 거르면 주자를 두고 중심 타선을 상대한다.
3차전 1회 초에 나온 롯데의 득점 공식이 대표적이다. 2사 후 손아섭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상대 선발 구창모는 이대호와 승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는 우전 안타. 주자가 몰린 상황에서 다시 거포 최준석을 상대한 젊은 투수는 당연히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우중간 2루타로 이어졌고 2점을 허용했다.
이대호와는 어려운 승부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뒤에 오는 타자들도 만만하지 않다. 주자가 놓이면 투수는 신경써야할 게 많다. 쉬어갈 타이밍이 없을 때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롯데는 3차전에서 최준석이 2안타·3타점, 강민호가 홈런 2개 포함 3안타 4타점을 올렸다. 경기 후 조원우 감독은 "이대호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타순 전체에 힘이 생겼다. 상대에겐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 구성을 유지할 생각이다"고 했다. 강민호도 "아무래도 이대호 선배와는 쉽게 승부하지 않을 것이다. 나와 최준석 선배의 역할이 중요하다. 잘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정작 이대호는 오히려 자신에게 승부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손아섭, 강민호, 최준석 모두 좋은 타자들이다. 나를 굳이 피해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정면승부는 나에게 더 많이 향할 수 있다"고 했다. 동료들의 기량을 추켜세우면서 상대에겐 압박을 주는 말이었다. '어떤 선택을 해도 롯데 타선은 쉽지 않다'는 인식을 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