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①] 홍진영 "'말술 외모'? 사실 술 한 잔도 못 마셔요"

홍진영은 '트로트 퀸'이라는 수식어를 거부한다. "'트로트 퀸'은 장윤정 언니의 몫이에요. 제가 넘볼 수도 없는 자리고, 넘본다고 해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죠"라며 자칭 '트로트 비타민'이라고 불리길 원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발표한 '사랑한다 안한다'는 국내 음원 차트 2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홍진영은 약속 장소인 청담동 이자카야 '기람'에 노래를 부르면서 등장했다. 시종일관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어 갔다. 그러나 '비타민'에게도 아픔은 있다. 최근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2(이하 '언슬')'에서 눈물을 보인 것. 매번 밝은 모습만 보이던 홍진영에게 눈물은 의외였다. 이와 관련해 "원래 성격이 밝아요. 눈물을 흘렸더니 방송에서 억지로 밝은 척하는 걸로 아는 분들이 생겼어요"라며 부끄러움을 웃음으로 애써 무마시켰다.

홍진영은 '말술 외모'와는 다르게 술을 한 잔도 못했다. 알코올 분해 요소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술자리 분위기를 위해 술잔에 생수를 따르며 원샷을 했다.


 

 - 공식 질문이에요.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이런 말할 때마다 부끄럽지만 맥주 한두 잔밖에 못 마셔요.  한 잔만 마셔도 온몸이 빨개지고 심장이 뛰어요. 다들 말술을 마실 것같이 생겼다고 하시는데,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웃음)"

- 술을 못 마시면 술자리가 불편할 수도 있겠어요.
"사람들과 만나면 술자리에 갈 일이 많잖아요. 근데 술 마시는 사람보다 더 잘 놀아서 걱정 없어요. 근데 요즘엔 바쁘고 피곤해서 술자리에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 '언슬'을 통해 걸그룹 데뷔를 해요. 한을 풀 수 있을까요.
"풀다 못해 넘칠 것 같아요. 연습하다 보니까 걸그룹 준비했던 각이 살아나요. 방송이 10분 나가면 연습은 4~5시간 정도 해요. 지금 온몸에 알이 생겼어요. 그동안의 한 이니까 죽어라 해야죠."

- 멤버들 실력 차가 꽤 나던데, (홍)진영씨는 어느 정도 위치인가요.
"오히려 제가 구멍이에요. 춤을 좀 추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냥 추는 춤과 안무는 다르더라고요. (공)민지와 (전)소미는 워낙 잘하고 젊은 친구들이라 제가 따라갈 수 없어요. 제가 하는 건 율동이지 안무가 아니에요.(웃음)"

- 시즌1 언니쓰팀은 오랜 기간 차트 1위를 유지했어요.
"저희도 1위를 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시즌1 때 '뮤직뱅크' 무대도 올랐잖아요. 걸그룹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으로 만족하려고요.(웃음)"


 

- 최근 발표한 '사랑한다 안한다'의 반응이 좋았어요.
"음악 방송도 꽤 오래 했어요. 음악 방송은 끝났지만 트로트에 끝이 어디있나요.(웃음)"

- 최근 몸이 아팠다고요.
"몸살에 걸렸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입술이 부어올랐어요. 응급실에 갔더니 피로 누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져서 얼굴에 알레르기가 나탄난 거라고 하더라고요. 입술 가라앉는 데 4일 정도 걸렸어요. 3일쯤 되니까 주사 맞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빵빵했어요. 스타일리스트가 더 예쁘다고 하기도 했어요.(웃음)"

- 그래서 눈물을 보였나요.
"데뷔 초반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어요. 묵묵히 들어 주는 멤버들이 내 편 같았어요. 아플 때 힘이 돼 주는 멤버들이 있다는 생각에 울컥했어요. 눈물을 보였더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쪽지가 정말 많이 왔어요. 원래 밝은 편인데, 방송에서 억지로 밝은 척하는 걸로 아는 분들이 생겼어요."

- 원래 성격은 어때요.
"원래 밝은 편이에요. 잘 안 울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삭히는 스타일이고 남에게 내비치진 않아요."
 

 

- 데뷔 때 많이 힘들었나요.
"또래들이 걸그룹을 하고 있을 때 전 트로트를 했어요. 음악 방송 무대에 같이 섰지만 그들과 벽이 있는 느낌이었어요. 물과 기름 같았죠. 외로움을 많이 느꼈어요. 나이가 어려서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엔 일 욕심 하나로 버텼어요."

- 어떻게 이겨 냈나요.
"'이왕 트로트로 전향하기로 결심했으니 일단 열심히 해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데뷔 전 더 힘든 것들도 견뎠으니 '한 번 더 참아 보자'라고 최면을 걸었죠."
 
-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요.
"'사랑의 배터리'가 실패하면 가요계를 떠나려고 했어요. 이건 진짜예요. 사실 '사랑의 배터리'도 정말 부르기 싫었거든요. 가사가 너무 직설적이잖아요. 무대에서 이 노래를 어떻게 부르나 싶었죠. '사랑의 배터리' 음반이 나오고 3주 정도 지났을 때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고요. '뭐지' 하다가 한 달 뒤에 행사를 갔는데 '떼창'을 하시는 거예요. 그때 '노래가 잘됐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 성공했다 싶었겠어요.
"그래도 벽은 계속 있었어요. 노래가 뜬 거지 제가 뜬 게 아니잖아요. 대중은 홍진영을 몰랐어요. 오히려 장윤정 언니 노랜 줄 아는 분들이 많았어요. 일부러 강해 보이려고 도전적인 눈빛을 하고 다녔어요."
 
- 언제 홍진영이라는 이름을 알렸나요.
"MBC '라디오스타' 이후로 많이 알아보셨어요. 그때 토크쇼에 처음 출연한 거였어요. 대표님이 떨지 말고 편하게 방송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같이 출연했던 게스트는 신지 언니와 김신영 언니였죠. 편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편했어요. 사석에서 말하듯 있는 그대로 말했죠. 다행히 많이 좋아해 주셔서 그때부터 이름과 얼굴을 알렸고, 방송이 하나둘씩 들어왔죠. 그리고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게 됐어요."

이미현 기자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이일용 기자, 편집=민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