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은 '트로트 퀸'이라는 수식어를 거부한다. "'트로트 퀸'은 장윤정 언니의 몫이에요. 제가 넘볼 수도 없는 자리고, 넘본다고 해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죠"라며 자칭 '트로트 비타민'이라고 불리길 원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발표한 '사랑한다 안한다'는 국내 음원 차트 2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홍진영은 약속 장소인 청담동 이자카야 '기람'에 노래를 부르면서 등장했다. 시종일관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어 갔다. 그러나 '비타민'에게도 아픔은 있다. 최근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2(이하 '언슬')'에서 눈물을 보인 것. 매번 밝은 모습만 보이던 홍진영에게 눈물은 의외였다. 이와 관련해 "원래 성격이 밝아요. 눈물을 흘렸더니 방송에서 억지로 밝은 척하는 걸로 아는 분들이 생겼어요"라며 부끄러움을 웃음으로 애써 무마시켰다.
홍진영은 '말술 외모'와는 다르게 술을 한 잔도 못했다. 알코올 분해 요소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술자리 분위기를 위해 술잔에 생수를 따르며 원샷을 했다.
- 처음 트로트를 불렀을 땐 어땠나요. "원래 '뽕기'를 타고난 것 같아요. 이젠 어떤 노래를 해도 뽕기가 드러나요. 걸그룹 준비할 때는 잘 몰랐던 건데 새삼 깨닫게 됐죠.
- 트로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있다면요. "선배님들을 대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제 나이 또래는 거의 없고 대부분 선배님들이시잖아요. 대기실 찾아다니면서 인사드렸어요. 선배님들 앞에서는 높은 굽도 안 신고 다녔죠. 나이를 먹다 보니 선배님들 대하는 법을 터득했어요. 눈 마주치고 손 잡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 선배님들을 대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가장 고민했던 갈림길은 선배님들께 편하게 친구처럼 대할지, 극존칭을 써야 할지였어요. 고민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됐죠. 선배님마다 스타일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맞춤형으로 나갔죠. 선배님들을 일일이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요. 선배님들 눈에 드는 게 중요해 노력을 많이 했죠. 지금은 정말 예뻐해 주셔서 감사해요."
- 살가운 성격이라 예쁨을 받았을 것 같은데요. "제가 남한테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해요. 1000원도 잘 못 빌려요. 선배나 언니들과 밥을 먹을 때도 얻어먹는 것보다 사는 게 편해요. 예를 들어 방송에서 전화 연결 하는 것도 부탁을 잘 못해요. 입바른 소리를 못해서 선배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웠죠."
- 2세대 트로트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직 멀었어요. 전 '트로트계의 자수성가' 느낌이에요. 어린 친구들이 트로트 한다고 가끔 조언을 구하는데 항상 다시 생각해 보라고 얘기해요. 곡은 금방 뜰 수 있는데 사람을 알리기까지가 정말 오래 걸려요. 서울에서는 지금 유행하는 곡이 4년 뒤에 지방에서 알려지거든요."
- 그럼에도 트로트 가수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후배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스스럼없이 저를 찾아와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장)윤정 언니를 찾아가서 많은 조언을 구했거든요. 생각보다 선배님들이 열려 있어요. 당시 윤정 언니도 힘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힘을 냈어요. 저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 장윤정씨의 대를 잇고 있어요. "얼마 전 대기실을 찾아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언니를 정말 좋아하는데 자꾸 기사가 '대결'로 나온다'고요. 언니도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윤정 언니는 윤정 언니만의 그라운드가 있고 저는 저만의 그라운드가 있는 것 같아요. 장르는 같지만 가는 길이 달라요. 노래 스타일도 다르잖아요. 윤정 언니를 밟고 일어서야겠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내 색깔의 음악을 잘해야지'라고 생각했죠."
- '트로트 퀸'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나요. "'트로트 퀸'은 윤정 언니죠. 저는 '트로트계의 비타민'이라고 말씀드려요. 활력소가 되고 싶어요. 예전에 윤정 언니가 "'장윤정 넘어서겠다. 딱 기다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며 "신인 때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최근 행사 비수기라고 하던데요. "예전에 행사가 100개였다면 요샌 50개로 줄긴 했어요. 그래도 불러 주시는 데는 있어요. 지난해 갔던 곳에서 다시 불러 주시더라고요. 관객들이 마음에 들어 하면 계속 찾아 주시더라고요."
-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노하우가 있나요. "관객들과 소통을 많이 해요. 눈을 보고 대화하거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노래를 불러요. 정해진 곡 수가 3곡이라고 해도 더 부를 때도 있고요. 1곡 부르고 멘트를 10분 할 수도 있어요. 곡 수를 채워야겠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요. '관객들과 놀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게 노하우예요."
- 친근한 이미지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처음엔 나대고 기 세고 드센 이미지였어요. 욕심을 갖고 방송을 하니까 그게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라더라고요. 어느샌가 마음을 비우고 방송을 했어요. 그랬더니 얼굴이 편안해 보였어요. 시청자들도 저를 보는게 편해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