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치러진 6강 플레이오프의 생존자는 정규 리그 4위 울산 모비스, 그리고 3위 서울 삼성으로 결정됐다. 원주 동부를 3전 전승으로 가볍게 꺾고 올라온 모비스나, 인천 전자랜드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힘겹게 올라온 삼성 모두 '언더도그'의 반란을 꿈꾼다. 그러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대가 만만치 않다. 4강에 직행한 정규 리그 우승팀 안양 KGC인삼공사와 리그 2위의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이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다.
◇ 완벽한 KGC vs 관록의 모비스
올 시즌 창단 이후 첫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한 KGC인삼공사는 전력 면에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손에 꼽히는 KGC인삼공사의 강점은 역시 인사이드다. 정규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오세근과 데이비드 사이먼(35)이 버티고 있는 골밑은 김승기(45) 감독 스스로도 강점이라 인정할 만큼 탄탄하다. 높이와 힘만 장점이 아니다. 오세근과 사이먼이 펼치는 콤비 플레이는 안 그래도 강력한 KGC인삼공사의 골밑을 더욱 완벽하게 만든다.
여기에 토종 선수 득점 1위를 차지한 이정현(30), 몇 번의 퇴출 위기를 넘기면서 팀에 녹아든 키퍼 사익스(24) 등 공격 옵션이 다양하고 창조적이다. 양희종(33)이 버티고 있는 수비도 얕볼 수 없고 문성곤과 한희원(이상 24) 등 식스맨들의 활약도 좋다.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보면 KGC인삼공사의 압승이지만 모비스도 순순히 물러날 생각은 없다.
'단기전의 강자'로 군림하며 플레이오프 때마다 좋은 성적을 냈던 경험이 모비스를 뒷받침하는 가장 탄탄한 원동력이다. 플레이오프는 단기전이기 때문에 경기 운영 방식은 물론이고 그동안 쌓아 온 경험치도 승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노련한 가드 양동근(36)과 포워드 함지훈(33)이 바로 모비스의 '관록'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또한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한 네이트 밀러(30), 그리고 '슈퍼 루키' 이종현(23)도 모비스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다만 모비스는 또 다른 외국인 선수 허버트 힐(33)의 활약 여부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오세근-사이먼이 버티고 있는 KGC인삼공사의 골밑을 공략하려면 이종현만으로는 버겁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힐이 살아나야 이종현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그동안 부진했던 힐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모비스의 과제다.
◇ 푹 쉬고 온 오리온 vs 혈투에 지친 삼성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여유롭게 준비한 오리온과 달리 삼성은 시작부터 부담을 안게 됐다. 전자랜드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치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규 리그 상대 전적도 오리온이 4승2패로 앞서 있다. 오리온의 포워드 이승현(23)도 "삼성과 할 때 경기력이 좋았기 때문에 4강에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준비도 철저히 했다. 추일승(54) 오리온 감독은 "그동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렇게 길게 쉬어 본 경험이 없다. 이 기간 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2주 가까운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고심했다. 애런 헤인즈(36)와 문태종(42) 등 노장 선수들의 체력 문제도 있어 휴식과 훈련을 적절히 안배하며 상대가 결정되기를 기다렸다.
아쉬운 점이라면 무릎 부상으로 재활 중인 김동욱(36)의 공백과 오데리언 바셋(31)의 부진이다. 하지만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이승현이 의욕을 불태우고 있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한 채 4강을 치를 예정이다.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소진한 체력을 짧은 시간 내에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리카르도 라틀리프(28)-마이클 크레익(26)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인사이드가 강점을 드러낸다면 정통파 센터가 없는 오리온을 괴롭히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