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쉘석유주식회사(이하 한국쉘석유)는 2017년에도 KBO 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힐릭스플레이어'를 매달 선정한다. 지난해 첫 시상을 시작한 '힐릭스플레이어'는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을 기준으로 한다. 공격·수비·주루를 모두 평가하며, 야수와 투수에게 모두 적용할 수 있다.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지표로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선 (주)스탯티즈가 집계하고 있다.
지난해 WAR 1위는 '최고 타자'로 꼽힌 삼성 최형우(7.96)였다. 2010년 류현진(9.20) 이후 6년 연속 타자들이 WAR 1위를 독식했다. 하지만 올해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투수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10일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은 3.94다. 2008~2016년 9시즌 동안 리그 평균자책점이 3점대였던 시즌은 2008년밖에 없었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올해 프로야구에서 WAR 1위는 LG 오지환(0.880)이다. 하지만 kt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0.819)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피어밴드는 16이닝을 던져 2승(1위) 무패에 평균자책점 0.56(2위)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도 14개로 3위다.
피어밴드는 올해로 세 시즌째 KBO 리그에서 뛰고 있다. '평균 이상' 선발투수였지만, 압도적인 에이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지난 9일 수원 삼성전에서는 6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치며 9이닝 4피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올 시즌 KBO 리그 첫 완봉승이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변화를 줬다. 너클볼을 주 무기로 삼은 것이다. 지난해도 아주 가끔 던지긴 했지만, 올해는 본격적이다. 스탯티즈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너클볼 구사율은 0.3%였지만 올해는 21.4%다. 9일 삼성전 완봉승 때는 전체 투구의 21.4%를 너클볼로 구사했다. 너클볼은 제구가 어렵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은 그래서 피어밴드에게 더 유리하다.
WAR 상위 10명 가운데 투수는 피어밴드를 포함해 5명이다. LG의 강속구 투수 헨리 소사(0.720)가 4위, KIA의 외국인 투수 콤비 팻 딘(0.630)과 헥터 노에시(0.604)가 각각 8위와 9위에 올랐다. 유형은 다르다. 소사와 헥터는 강속구를 자랑하지만 딘과 피어밴드는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141~142km대다.
10위 투수는 피어밴드의 kt 동료인 왼손 투수 정대현(0.603)이다. 내국인 투수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 출신 정대현은 kt의 1군 첫 시즌인 2015년부터 수원구장을 홈으로 삼았다. 지난 두 시즌엔 9승21패로 부진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2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0.00)은 단독 1위. 그럼에도 WAR 순위가 낮은 이유는 11이닝 소화에 그쳤기 때문이다. WAR은 투수가 얼마나 잘 던졌나 외에 얼마나 많은 이닝을 책임졌나도 평가하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