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기다린 역사적인 경기가 펼쳐진다.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A컵 32강전 FC 서울과 FC 안양이 격돌한다. 2004년 안양 LG 치타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자 안양 팬들은 분노를 담아 이 날만을 기다렸다. 2013년 창단한 안양은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소속으로 클래식(1부리그) 서울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FA컵 32강 대진표가 운명적으로 두 팀을 한 그라운드에 모이게 만들었다. 두 팀의 사상 첫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 복수에 불타는 안양
안양의 분위기는 뜨겁다. 복수심에 불타고 있다. 안양은 '한'을 품고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안양은 올 시즌 공격축구로 챌린지에서 선전하고 있다. 시즌 초반 조금 부진했지만 현재 3승4패, 승점 9점으로 리그 6위에 위치해 있다. 최근 4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했다. 흐름이 좋아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서울을 만나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6일 서울 이랜드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든 상태다. 김종필(61) 안양 감독은 서울전에 베스트 전력을 가동해 안양 팬들의 한을 풀어주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은 "서울전은 그동안 안양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팬들이 원하고 바랐던 경기"라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준비 잘해서 좋은 경기하겠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은 안양보다 한 수 위 전력을 꾸린 팀이다. 이변이 없다면 승리할 수 없는 팀이란 의미다. 그래서 김 감독은 '정신력'이라는 이변을 꿈꾸고 있다.
그는 "서울이 우리보다 강한 팀이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정신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차분하게 식히는 서울
안양이 뜨겁게 올린 분위기를 서울은 차분히 식히고 있다. 서울은 이 역사적인 매치의 의미를 알고 있으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조용히 안양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은 도전을 받는 입장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분위기에 휘말린다면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안양전에 특별함을 부여하기보다 승리하기 위한 하나의 팀으로 보고 있다. 안양 팬들은 복수심에 불타지만 서울 팬들은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은 최정예 멤버를 내보내지 않을 전망이다. 클래식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살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서울이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필요한 때다. 또 일반적으로 클래식 팀은 32강전에 베스트 멤버를 출전시키지 않는다.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신예 위주로 선발을 꾸린다.
서울은 베스트를 가동하지 않고서도 안양을 잡을 수 있는 자신감이 크다. 안양발 열기를 승 리로 꺼뜨리겠다는 의지다.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에서 수원 삼성에 막힌 준우승의 한도 풀어야 하기에 승리만을 생각하고 있다.
서울의 한 관계자는 "서울은 차분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안양전에 대한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황선홍 감독님과 선수들 모두 평소대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안양전에서 패배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