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가 잇따른 '품질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맏형 격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등 후발 업체들도 각종 결함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리콜 판정을 받으면서 일부에서는 '리콜 공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대·기아차 '잔인한 4월'
18일 업계에 따르면 품질 논란으로 가장 큰 곤혹을 치르고 있는 곳은 현대·기아자동차다. 세타2 엔진 결함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캐나다 등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했다.
국내에서는 엔진의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꿔 주는 크랭크샤프트의 문제로 주행 중 시동이 꺼지거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리콜 대상은 2013년 8월까지 생산된 세타2 2.4 GDi·2.0 터보GDi 엔진을 장착한 현대차 쏘나타(YF)·그랜저(HG), 기아차 K5(TF)·K7(VG)·스포티지(SL) 17만1348대다.
미국에서도 현지 공장에서의 크랭크샤프트 핀 가공 문제로 세타2 엔진 베어링이 소착될 우려가 발견됐고, 캐나다에서는 세타2 엔진 크랭크샤프트 핀의 품질이 균일하지 못해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 대상은 쏘나타(YF)·싼타페·K5·쏘렌토·스포티지 등 5개 차종이다.
전체 리콜 규모는 국내 17만여 대, 미국 118만여 대, 캐나다는 10만여 대 등 총 135만여 대에 달한다.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이번 리콜에 따른 비용으로 최대 3770억원을 들여야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비용보다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기회비용이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또 다른 리콜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세타2 엔진 건 이외에도 제네시스·에쿠스 6만8000대에 대해서도 엔진 관련 부품 결함을 이유로 리콜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오는 28일까지 자발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소명 절차 등을 거쳐 강제 리콜에 들러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르노삼성도 '리콜 공포'
업계 후발 주자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리콜 공포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은 올해 초 야심 차게 선보인 신형 크루즈가 시판도 되기 전에 에어백 부품 결함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월 본격적인 양산에 앞서 결함이 발견돼 리콜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사전 예약을 한 상당수 고객이 차량을 뒤늦게 받는 피해를 입었다.
[사진=르노삼성 SM6]
르노삼성은 중형 세단 SM6가 연달아 리콜되며 품질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가속·브레이크 페달 플라스틱 커버 고정력 부족 등으로 9만여 대가 리콜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에어백 불량 문제로 4300대가 추가 리콜됐다.
완성차 5사 중 올 들어 리콜이 결정되지 않은 업체는 쌍용차가 유일하다. 다른 업체와 달리 판매 라인업이 적은 것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리콜 판정을 받는 업체가 늘면서 전문가들은 신차 출시에 앞서 충분한 사전 점검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결국 리콜은 제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서둘러 신차를 출시하기보다는 충분한 안전 점검을 거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