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를 향해 가는 2016~2017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득점왕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프로축구의 '양대산맥'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대표하는 두 명의 공격수가 쉴 새 없이 골을 쏟아내며 엎치락 뒤치락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28·도르트문트)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9·뮌헨)다.
이들은 최고 골잡이의 자존심을 걸고 1골 차의 아슬아슬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득점 선두 오바메양은 27골, 2위 레반도프스키는 26골이다. 시즌 종료까지는 4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 파워 vs 스피드, 최고를 가린다 폴란드 출신 레반도프스키는 자타공인 분데스리가 최고 골잡이다. 독일 무대에서 7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레반도프스키는 벌써 리그 우승 트로피를 4차례나 들어 올렸다. 올 시즌 뮌헨의 우승이 유력한 가운데 그는 통산 5번째 리그 우승을 예약한 셈이다.
레반도프스키는 '터미네이터'로 통한다. 마치 득점 기계처럼 나서는 경기마다 골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도 30골을 몰아쳐 분데스리가 입성 뒤 2번째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레반도프스키는 분데스리가 역사에 남을 대기록도 작성했다. 볼프스부르크전(2015년 9월 23일)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그는 8분57초 만에 5골을 몰아넣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레반도프스키를 지켜본 뮌헨 축구 팬들은 '신계'의 공격수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30·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와 비교하기도 한다.
레반도프스키의 탁월한 골 결정력은 '스포츠 DNA'에서 나온다. 상대 수비의 거친 몸싸움을 버텨 내고 골을 만드는 뛰어난 신체조건은 폴란드 유도 챔피언을 지낸 아버지, 공중볼 경합을 이겨 내고 헤딩슛을 꽂아넣는 뛰어난 점프력은 배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이에 맞서는 오바메양은 '아우토반(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으로 불린다. 한 번 뛰기 시작하면 골을 넣을 때까지 멈추지 않다고 해서 도르트문트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폭발적인 스피드가 주무기로 30m를 3.7초만에 주파해 '육상황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와 비교될 정도다.
독일 무대 4년 차 오바메양은 지난 시즌 레반도프스키와 막판까지 득점왕 경쟁 끝에 아쉽게 2위(25골)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 그는 레반도프스키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독일 슈포르트 아인츠는 26일 "오바메양은 올 시즌 결승골이 7회인데 레반도프스키는 5회뿐"이라며 "오바메양이 레반도프스키보다 더 가치있는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오바메양도 '스포츠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가봉 축구대표팀 출신으로 오바메양은 프랑스에서 나고 자라며 일찌감치 선진 축구를 익혔다. ◇ 엇갈린 운명, 새 에이스의 탄생 두 사람은 4년 전까지만 해도 도르트문트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010~2011시즌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독일 무대에 데뷔한 레반도프스키는 리그 우승 2회를 이끈 간판 스트라이커였다. 2013~2014시즌 도르트문트에 합류한 오바메양은 레반도프스키를 보조할 '제2의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둘은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2013~2014시즌 레반도프스키와 오바메양은 정규리그에서만 33골(레반도프스키 20골·오바메양 13골)을 합작하며 독일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 콤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시즌 종료와 동시에 엇갈렸다. 레반도프스키가 뮌헨으로 이적한 것이다. 도르트문트와 뮌헨은 분데스리가 최대 라이벌전인 '데어 클라시커(전통의 경기라는 뜻)'을 벌일 만큼 앙숙이다. 팀의 골잡이가 하필 라이벌 팀으로 떠났으니 당시 도르트문트 축구 팬들이 느낀 실망감은 컸다.
이런 가운데 도르트문트의 '에이스' 자리는 오바메양에게 넘어갔다.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이를 악물었다. 측면 공격수였던 보직도 레반도프스키와 같은 최전방 공격수로 바꿨다. 2014~2015시즌 리그에서 16골을 쏘며 예열을 마친 그는 이후 두 시즌 연속 20골을 넣으며 레반도프스키 부럽지 않은 골잡이로 성장했다.
27일 원정으로 치러진 뮌헨과 2016~2017시즌 포칼 준결승은 도르트문트 팬들의 속을 '뻥' 뚫어준 경기다. 오바메양은 골을 뽑아내며 무득점의 레반도프스키에 판정승을 거뒀다. 또 도르트문트는 오바메양의 활약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카를로 안첼로티 뮌헨 감독도 오바메양의 실력을 인정한다. 안첼로티 감독은 "빠르고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오바메양은 매우 실력이 뛰어난 최전방 공격수"라고 칭찬했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현재는 오바메양이 한 발 앞서 있는 레반도프스키와 '토어예거카노네(분데스리가 득점왕)'를 향한 싸움은 막판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