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스타 작가, 영화는 스타 감독의 시대다.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대중문화의 흐름을 반영했다.
5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치러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선 수상 결과를 통해 지난 1년간의 대중문화가 한 눈에 읽혔다. TV부문 대상은 tvN '도깨비'를 쓴 김은숙 작가, 영화부문 대상은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수상했다.
TV는 스타 감독에서 스타 작가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방송사에서 스타 작가 모시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작가 타이틀을 확인하고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는 배우들도 많다. '도깨비' 배우들도 마찬가지.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었기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김은숙은 배우들과 대중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완성도 높은 대본을 내놓았고, '도깨비' 신드롬을 일으켰다.
영화는 점점 감독의 힘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감독이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경우 감독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가씨'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휩쓴 박찬욱 감독은 7년 만에 내놓은 국내 연출 복귀작 '아가씨'로 올해 백상 영화부문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남녀 최우수 연기상 수상엔 이변은 없었다. 영화는 '밀정' 송강호, '덕혜옹주' 손예진이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TV부문 최우수 연기상은 tvN '도깨비'의 주역 공유, '또!오해영'의 서현진이 수상했다. 연기력과 작품의 몰입도 등을 중점을 두고 평가한 수상 결과다.
가장 치열했던 영화 부문 작품상은 '곡성'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곡성'은 국내외 평론가와 관객들에게 많은 글을 불러낼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영화다. 해석 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대본,연출력,배우들의 호연 등 어느 것 빠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영화 '곡성'이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상 만큼이나 수상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었던 감독상은 '밀정'에서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력을 보여준 김지운 감독에게 돌아갔다. 시나리오상은 '우리들' 윤가은 감독, 신인 감독상은 한국형 좀비 레퍼런스를 완성한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차지했다. 후배 영화인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수작과 그 작품을 완성한 감독에게 트로피가 돌아갔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TV부문 작품상도 이견이 없을 수상 결과였다. 드라마 작품상은 tvN '디어 마이 프렌즈', 교양 작품상은 JTBC '썰전', 예능 작품상은 SBS '미운 우리 새끼'가 받았다. 연출상은 SBS '낭만닥터 김사부'의 유인식 PD가 받았다. 이날 '디어 마이 프렌즈'는 드라마 작품상에 이어 극본상까지 수상하며 2관왕 했다. 드라마 왕국으로 자리매김한 tvN 드라마는 결과적으로 대상, 작품상, 극본상, 남녀 최우수 연기상 등 총 5개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그 위상을 증명했다.
영화 부문 조연상은 '부산행' 김의성과 '더 킹' 김소진이 수상했다. 두 사람에게 첫 백상 트로피가 손에 쥐어졌다. 특히 김소진은 생애 첫 시상식에서 조연상을 거머쥐며 기염을 토했다. TV 예능상은 양세형, 박나래가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지난 1년간 예능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한 결과다.
생애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남녀 신인 연기상의 영광은 김민석(닥터스)·이세영(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류준열(더 킹)·이상희(연애담)이 수상했다. 향후 브라운관과 충무로를 이끌 차세대 배우들이다. 특히 이날 류준열은 지난해 TV부문 신인 연기상에 이어 영화 부문 신인 연기상까지 휩쓸며 더 큰 기쁨과 영광을 품에 안았다.
TV부문 심사위원장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백상예술대상은 영상으로 쓰는 대중문화사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다시 과거 백상 수상 기록을 찾아봤을 때 한 눈에 그 시절 대중문화사가 읽혀야한다. 백상의 수상 결과가 시대의 흐름과 분위기, 트렌드 등을 모두 담을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서 심사했다"고 전했다. 영화부문 심사위원 이장호 감독은 "영화의 규모나 장르, 소재와 상관없이 모든 영화와 배우, 감독의 면면을 살펴보고 공정하게 심사했다. 역차별 심사가 있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고, 소외받는 후보가 없도록 꼼꼼히 살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