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와병 3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증세에 차도가 없어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11일로 3년째가 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그 다음날 서울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은 자가호흡을 할 정도로 신체적으로는 회복됐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와병이 길어지면서 삼성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정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몸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10일 이 부회장에 대한 1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번 달에만 16차례의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애초 경영권 승계 방식으로 점쳐졌던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도 물 건너갔다.
지난 4월 삼성전자 이사회는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45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13.3%도 전량 소각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에 의결권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 지분 0.6%만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추가 지분 매입 없이도 삼성전자에 대한 입김을 키울 수 있다.
또 재벌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승계 절차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 19대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 등을 도입하고,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지주사 기준을 높인다는 공약도 내놨다. 현재 국회에는 인적분할시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 여럿 계류된 상태다.
이 회장의 주식을 상속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어머니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상속 순위가 높은데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3.54%) 와 삼성생명(20.76%) 등 주요 계열사 주식의 평가액은 16조원에 달해 상속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승계를 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미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절차를 마련해뒀을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순환출자고리에서 삼성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을 활용해 계열사들에 대한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