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탈출하기 힘든 침체의 늪에 빠졌다. 900회, 18년 차의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10년간 최악의 시청률이다. 4월 16일 7.8%(닐슨코리아 전국 플랫폼 기준)의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방송분인 7일엔 7.9%의 시청률을 나타냈다. 한때 안방극장을 평정하며 30%가 넘는 성적표를 받았던 왕년의 '개그콘서트'다. 일요일 늦은 밤 울려 퍼진 엔딩곡이 월요병의 상징이던, 그야말로 상징적인 원조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추억팔이가 된 스페셜 방송
지난 9일 방송된 스페셜 방송 덕분에 '개그콘서트'는 오랜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스페셜 방송에 히트 코너를 추억하며 과거의 유쾌했던 에피소드를 담았다. '사바나의 아침' 등 시대를 풍미하던 히트 코너와 심현섭·김영철 등 한때 '개그콘서트' 무대를 주름잡던 개그맨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추억 여행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 스페셜 방송에서 최근 방송된 코너는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사랑받은 코너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스페셜 방송은 '개그콘서트'의 추억팔이 무대가 됐다. 여전히 많은 코너들이 방송되고 공채로 뽑힌 신인 개그맨들이 '개그콘서트'의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방송 후 회자된 코너나 시청자의 눈에 띈 신인이 없다.
경쟁력이 없다
일요일 예능 '시청률 파이'가 줄어들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최근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전작인 SBS 'K팝스타6'도 17%까지 치솟았다. tvN도 나영석 PD의 '신서유기'를 편성해 4% 가까운 성적을 냈다. 경쟁 상대가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1회부터 '개그콘서트'와 함께해 온 개그맨 김준호는 "나도 케이블 채널을 많이 본다. 시청자의 선택이 여러 채널로 돌아가서 지상파 시청률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결론이다. 연출자 이정규 PD는 "순조롭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운 우리 새끼'와 'K팝스타6'라는 강적을 만났다"며 "몇 달간 새로운 시도를 해봤는데, 성공한 것도 있고 실패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재기할 수 있을까
18년 차 정통 코미디는 이대로 침몰할까, 다시 떠오를까. 900회는 '개그콘서트'에 자랑이면서 짐이다. 짐의 무게가 묵직한 만큼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다. 이 PD는 "1회부터 함께한 김준호와 김대희가 컴백해 무대에 선다. 다른 개그맨들도 900회 특집과 병행하며 새로운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 좌충우돌 배운 것들을 기반으로 901회부터 절반 이상의 코너를 갈아 치우겠다"면서 "더 노력해서 '개그콘서트'가 일어나고, 코미디 프로그램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