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외화가 이렇게 많이 개봉했나 싶을 정도로 외화의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도 일주일이면 외화에 빼앗기는 것이 현 한국 영화들의 사정. 5월 역시 매주 외화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쟁의 한 복판에서 그나마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아재 히어로들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1일 박스오피스 1위는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차지했다. 9일 개봉한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황금연휴 스크린을 장악한 세 편의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2(이하 '가오갤2')', '보안관(김형주 감독)' 보스 베이비'를 물리치고 새 1위에 올랐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바짝 뒤쫓고 있는 작품이 바로 '보안관'이다. '보안관'은 '가오갤2' 천하가 될 것이라 점쳐졌던 연휴 기간동안 '가오갤2'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더니 연휴가 끝난 후에도 그 흥행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따끈따끈한 신작에 대한 관심을 돌리지는 못했지만 약 1만 명 정도 차이 나는 관객 수는 언제든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하다.
특히 '보안관'은 위로는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쫓으면서 아래로는 여전히 '가오갤2' '보스 베이비'를 막고 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과 같은 날 개봉한 한국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김휘 감독)'이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한 채 5위로 주저 앉으면서, '보안관'은 홀로 외화에 둘러싸여 힘겹게 버티고 있는 모양새가 된 것.
사실 '보안관'도 개봉 후 눈에 띌 만한 호평을 받지는 못한 작품이다. 가볍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강점은 통했지만, 젊은 배우 한 명 없이 아재들이 총 출동한데다가 스토리나 연출적인 면에서도 신선함을 자아내지는 않았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만한 한국 영화, 경쟁을 펼칠만한 한국 영화가 없다보니 '보안관'은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좋은 성적까지 얻어내는 나름 1석2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성민·김성균·조진웅·조우진·배정남 등으로 이어지는 배우라인도 흥행을 일군 주역으로 기록될 전망.
5월 둘째 주, 3일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에이리언: 커버넌트'가 큰 변화없이 당분간 스크린을 지배할지, '보안관'이 또 한 번 역주행에 성공할지 몇 달 째 진정한 원톱 승자없이 지지고 볶는 영화계 순위 변동에 지속적인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